이준석 '기습제명설' 현실일까 상상일까..與 윤리위에 쏠리는 눈

최동현 기자 2022. 9. 1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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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尹 순방 가면 '제명 작전' 나설 것"..정진석 "윤리위 고유 업무"
"윤리위, 역풍 초래할 자충수 두겠나"..경찰 발표 고려 28일 유지 '무게'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9.14/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른 사이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기습적으로 자신을 제명해 가처분 사건을 무마할 것이라는 '기습제명설'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돌연 당 윤리위에 쏠리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전날(15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채무자(국민의힘) 측 변호인이 각하 전술을 쓰는 것 같다", "빌미를 만들어서 '제명 시나리오(각본)'를 만들어서 '(이준석은) 당원이 아닌데요' 이렇게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가 개정 당헌에 따라 이미 당 대표직에서 해임됐고, 윤리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현재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적격'이 없어 가처분 신청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마지막 재판이 열리는 28일과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는 18일 사이에 윤리위를 열어 자신을 제명해 당사자적격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각하 전술'을 펼 것이라는 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이다. 현재 윤리위 전체회의는 가처분 심리 당일인 28일 잡혀 있다.

이 전 대표는 "역사적으로, 또 몇 달간 살펴보면 대통령이 출국하거나 어디 가시면 꼭 그때 일을 벌인다. 이 사람들이"이라며 "(윤 대통령이) 체리따봉(텔레그램 이모티콘을) 하시고 휴가 갔잖아요. 그사이에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한다고 난리가 났잖아요"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휴가 사이에 비대위를 완료하라는 식의 지령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때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간 사이 엄청나게 공격이 들어왔다"면서 "이번에 또 순방 가신다고 하는데 그사이에 아마 또 뭔가를 꾸미고 있지 않을까, 이제 패턴이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습제명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복수의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윤리위가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가처분 심문 기일 전에 무리하게 제명 절차를 밟아 정치적 역풍을 초래하는 '자충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 관계자는 "윤리위를 당장 열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하는 것일 뿐이고, 물리적으로 (28일 전에) 제명 처분을 내릴 수는 없다"며 "윤리위가 일정을 앞당겨서 이 전 대표를 제명하면 '당이 이준석을 내쫓는다'는 프레임만 강화될 것이 뻔한데 윤리위가 그런 무리수를 자청하겠나"고 했다.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 (공동취재) 2022.7.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 전 대표의 성비위 관련 경찰 조사 결과 발표 시점도 '조기 윤리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경찰은 이달 중 조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인데, 이 전 대표의 소환 조사가 늦어져 9월 말에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 입장에서는 수사 결과 발표 전에 서둘러 징계 심의에 나설 이유가 없는 셈이다.

당 관계자는 "윤리위가 가뜩이나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라 추가 징계를 하려면 징계 사유와 명분이 굉장히 촘촘하고 탄탄해야 한다. 윤리위도 이 점을 가장 깊이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윤리위가 경찰 수사 결과도 보지 않고 (추가 징계하는) 명분 없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와 윤리위도 이 전 대표의 '기습제명설'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제명이든 징계든 이는 윤리위원회의 고유 업무"라며 "내가 언급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도 통화에서 "이 전 대표의 주장은 윤리위에서도, 당 지도부 차원에서도 전혀 거론되지도 않았고 들어본 적도 없다"며 "이 전 대표의 상상력에 대해서 당이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한 윤리위원은 "최근 안건이나 일정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 없다"며 "다음 회의는 예정대로 28일 열릴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윤리위 전체회의를 내주로 앞당긴다는 소식이 거론됐으나 이에 대해서도 윤리위원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리위가 추가 징계에 나설 경우 이 전 대표는 '제명' 수준의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성 접대 의혹 외 무고 혐의로도 고발된 상태다. 윤리위는 이 전 대표의 '개고기', '신군부', '절대자' 등 강경 발언 외에도, 무고죄가 성립하면 이를 징계 심의에 반영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 고위 관계자는 "징계 심의는 윤리위의 고유 사안"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학생으로 친다면 이 전 대표는 6개월 정학을 받은 셈인데, 근신하고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더 사고를 치면 가중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한 윤리위원도 이 전 대표가 '제명 시나리오' 언급한 것에 대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꼴 아니겠나"라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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