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의 책·읽·기] 새장 밖에서 만난 세상.. 오두막은 '월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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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과 지성, 두 날개의 균형만 맞으면 날 수 있다" 김진묵(사진) 음악평론가의 이력은 특이하다.
중앙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1980년부터 음악기획사 성음에서 클래식 음악 기획을 담당했다.
다큐멘터리 에세이 '새'는 김진묵 음악평론가가 1990년부터 세계를 여행하고, 춘천 산골에 살았던 10년간의 기록이다.
그저 재미있게 살고 싶었고 인도음악이 서구화되지 않았었기에 첫 여행지로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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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퇴사 후 인도·케냐 등 여행자유·두려움 섞인 10년간 기록
춘천 산골 생활 속 자아 성찰
“야성과 지성, 두 날개의 균형만 맞으면 날 수 있다”
김진묵(사진) 음악평론가의 이력은 특이하다. 중앙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1980년부터 음악기획사 성음에서 클래식 음악 기획을 담당했다. 1981년 국내 최초로 재즈 평론을 시작했으며 1983년 객석 창간 동인으로 활동했다.
1990년 38세의 나이에 돌연 직장을 그만두고 인도 등 세계 각지의 음악인들과 활동하다, 춘천 북산면 오두막에 정착해 우리 언어로 된 음악에 빠졌다. 그 결과물로 2013년 김진묵트로트밴드를 창단했다. 클래식에서 재즈, 대중음악, 월드뮤직, 트로트까지 망라한 음악세계처럼 그의 정신적 활동 반경은 넓고 방대하다.
다큐멘터리 에세이 ‘새’는 김진묵 음악평론가가 1990년부터 세계를 여행하고, 춘천 산골에 살았던 10년간의 기록이다. 조금은 위험할지도 모르는 책이다. 적게는 20년, 많게는 30년을 묵혀뒀던 원고들이다.
덥수룩한 흰수염과 헝클어진 그의 긴 머리처럼 에세이는 일반적인 논리와 동떨어져 있다. 작가의 기행을 몇가지 설명하자면 이렇다. 인도의 한 길거리에서 주운 해골을 기념품으로 가져가려다 유해 반출이 안된다는 소리를 듣고는 무심하게 던져버린다. 이혼한 아내의 남편과 술을 마시기도 한다. 돈이 없어도 집 뒤 야산에는 파티가 벌어져 세계 각지의 뮤지션이 모여든다. 가톨릭 금서도 모조리 읽고 싶어하는 그에게 폭력으로 얼룩졌던 학교생활의 기록은 덤이다. 그렇지만 기존 원고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분량이니 그의 인생이 더 궁금해질 뿐이다.
에세이의 1부 ‘새’는 길을 떠나 느낀 이야기다. 작가는 불쑥 인도 여행을 떠났다. 틀에 박힌 삶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저 재미있게 살고 싶었고 인도음악이 서구화되지 않았었기에 첫 여행지로 택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3주 동안 웃고, 울고, 침묵하는 과정으로 진행했던 명상체험담이 눈길을 끈다. 케냐를 지나 스웨덴까지 무수한 여행객들과의 만남으로 순례자의 밤이 지나간다. 작가는 지금까지 인도를 30여차례 다녀왔다고 한다.
2부 ‘숲속의 오두막’은 깊은 산속에서 홀로 사는 이야기로 소로의 ‘월든’이 연상된다. 음악감상의 마지막은 침묵이었던가. 작가는 편리함 대신 밤의 상념을 택했다. 거처 인근에 터널이 생기자 어둠과 고요가 있는 더 깊은 오두막으로 향한다.
아프리카 여행 도중 미국 방송국 디제이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통곡한 적도 있다. 미국 음악을 그 디제이보다 많이 알 정도로 우리 음악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살았는지 알기 위해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
작가에게 ‘새’는 자신을 대입시키는 상징이다. 작가는 새장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한 번도 새장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새들은 두려움에 망설인다. 시간이 지나 본성을 찾은 새들은 숲속으로 날아가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온다. 새장이 오히려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된 것이다. 새장 문은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로 미지의 세계로 가는 통로다. 때로는 거대한 음악이 들리는 듯 하다가도 주옥같은 글귀가 튀어나온다. “가난하게 살겠다고 이 두메로 들어왔는데도 욕심이란 녀석은 매사에 태클을 건다”와 같은 문장이다. 하지만 “욕망이 없다면 정체될 우려가 있고 두려움이 없다면 눈이 멀 수 있다”는 내용도 공감이 된다.
혹여나 음악을 듣고 싶다면, 책에 나오는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를 권한다. 북토크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원주 터득골북샵에서 열린다. 김진묵 평론가의 즉흥 명상음악 연주도 이어질 예정이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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