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도 아닌데 비행기 못 탄다고, 왜?

[파이낸셜뉴스] 반려가구 수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라 비행기를 이용해 국내여행을 가려는 반려인들이 늘고 있지만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현행법상 맹견에 포함이 안되는데도 항공사 자체적으로 맹견으로 판단해 운송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5종? 8종? 12종?…항공사 마음대로 맹견 지정

16일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령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맹견류 및 공격 성향을 보이는 반려동물은 운송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명시된 맹견류는 농림부가 지난 2018년 추진하다 무산된 맹견 8종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까지 5종이다.

하지만 농림부가 2018년 맹견 범위를 △마스티프 △라이카 △오브차카 △울프독 △캉갈과 유사한 견종 및 잡종을 새롭게 추가하고 스태퍼드셔 테리어와 불테리어는 제외하면서 8종까지 확대 추진하다가 무산됐는데도 일부 항공사들이 이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농림부 시행규칙에 따라 맹견 탑승 및 운송 금지를 안내한다"면서도 "체코슬로바키안 울프독은 자체적으로 공격성이 있는 맹견으로 판단해 비행기 이용이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울프독이 맹견이라는 증거나 시행법은 없지만 방침이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한 견주는 "국제적으로 공식적인 견종으로 인정받은 체코슬로바키안 울프독은 늑대 같은 외모에 일반적인 강아지와 다름없는 친근한 성격이지만 '늑대개'라는 단어 하나에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라면서 "항공사에 문의했으나 맹견이라 안된다고 해서 꼬박 하루 걸려 장거리 자동차여행은 물론 배를 이용해 제주도에 갔다 왔다"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견주는 "농림부가 맹견범위 확대를 추진할 때 많은 언론사들과 블로그 등 온라인에서 해당 내용이 확정적인 것처럼 내보냈다"라며 "해당 시행법이 무산됐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입마개 착용 유무에 대한 언쟁이 발생할 때 잘못된 기사를 가지고와 우기기도 한다"라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국내 항공사 선박, 사업장 등에서는 맹견 범위 8종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탑승불가 맹견의 범위를 12종 이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 동반 가능한 반려동물 범위가 지난 2018년에 추진되다 무산된 맹견 8종으로 시행되고 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쳐

아시아나항공은 운송이 제한되는 맹견의 종류가 12종이다. /아시아나항공 캡쳐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맹견은 5종

반려동물과 함께 배를 이용해 여행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한일고속 카페리 '블루펄'에서는 대형견은 무조건 입마개 착용을 권장하며, 차 안에 있더라도 입마개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맹견 지정 범위도 농림부가 추진하다 시행된 8종에 머물러있다.

이와 관련, 한 견주는 "공격성이 아닌 견종으로 맹견을 나누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운송금지 견종(차 안에서만 머무를시 배 이용 가능)은 차 안에서만 배를 타고 이동하는데도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한다는게 말이 안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항공사들이 농림부 시행규칙을 따르다고 하면서도 임의로 맹견을 지정해 놓는다는 것이 국민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한일고속 카페리 '블루펄' 캡쳐

/한일고속 카페리 '블루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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