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비리 의혹에 '엄단' 강조한 尹..文정권 재차 조준?
30%대 박스권 지지율…전임 정권 겨냥 반등 계기 의혹도
국감 앞두고 여야 신경전 고조…감사원‧검찰 수사로 이어질 듯
문재인 정권 당시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이 뒤늦게 불거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엄단 의지를 드러내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권도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며 전임 정권을 재차 조준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15일 지난 정부에서 발생한 태양광 사업 관련 비리 의혹들에 대한 '사법 처리'를 강조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분들을 지원하는 데 쓰여야 할 혈세가 이런 이권 카르텔의 비리에 사용됐다는 것이 참 개탄스럽다"며 "법에 위반되는 부분들은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리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탈원전'을 표방했던 문재인 정권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독려하며 정부 차원에서 재정적으로 지원했는데, 태양광 사업 취득 자격을 속이거나 토지를 허위로 등록하는 사례가 뒤늦게 대거 적발된 것이다. 지난 13일 국무조정실 부패예방추진단은 2021년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226개 지자체 중 12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에 대한 합동점검을 벌인 후 결과를 발표했다.
표본 조사 결과에서만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가 드러나자, 정부와 여당은 전수 조사 확대와 함께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회의에서 "전수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물론 과거 사례처럼 운동권, 시민단체로 이어진 태양광 사업 비리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했고,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문재인 정권의 탄소중립은 혈세를 이용한 특정업체 '배 불리기'임이 드러난 것"이라며 예산 환수 등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무조정실 발표 이후 국민의힘에 이어 윤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임 정권을 겨냥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야권이 주장하는 표적 조사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국감을 앞두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국감 이슈 띄우기에 먼저 나서면서 이에 대한 맞불 성격이 있는 것 아니겠냐"며 "국감 시작 전부터 벌어지는 신경전의 일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 사태 때문에 전임 정권 관련 비리 의혹들을 제대로 손도 못 댄 게 사실"이라며 "정치적 의도를 떠나서 쌓여있는 의혹들을 순서대로 털어내야 한다"고 했다.
지지율 급락 등 위기 때마다 '서해 공무원 피살', '북한 어민 강제북송' 등 전 정권과 관련된 의혹들이 도마에 올랐다는 점에서 30% 초반대 저조한 지지율 속에서 반등 계기를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전임 정권에서부터 진행해온 조사를 절차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정 정국이니 뭐니 하는데 그런 의도는 전혀 없고 전임 정권에서부터 추진하던 것의 연장선"이라고 했고, 정부 관계자도 "부패예방추진단은 원래 큰 규모의 정부 사업을 조사하는데, 태양광이 대표적인 국책 사업이라 조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무조정실 차원의 표본조사에서 이미 수천억원 달하는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이 드러난 만큼 향후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정부 차원에서 전수 조사를 벌인 후,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전임 정권이 해당 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준 정황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에도 뜬금없이 청와대 케비넷 문서로 시작된 의혹 제기가 최종적으론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며 "돈 문제가 있는 경우 이번 사안도 검찰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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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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