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스토킹 살인, 무고한 여성 피해 더는 안 된다
스토킹 피해를 당하던 서울교통공사 20대 여성 역무원이 직장 동료였던 가해 남성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하철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쫓아가 흉기로 찔렀다고 한다. 스토킹처벌법으로 형벌을 강화하고 신변 안전 조치 등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만들었지만 현장에선 소용이 없었다. 근본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가해 남성은 피해자에게 장기간에 걸쳐 사적인 영상과 사진을 전송하면서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고 만남을 강요하다가 피해자에 의해 두 차례 고소당했다. 스토킹 혐의가 인정돼 올해 2월과 7월 각각 재판에 넘겨졌고 두 사건이 병합된 재판이 15일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사람들이 붐비는 지하철 역사에서 잔인한 보복 범죄를 벌인 것이다.
법원은 검찰이 가해 남성의 스토킹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해 작년 10월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그러나 스토킹은 가해자의 정신적 문제를 의심해야 하는 범죄다. 법원이 기계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가해 남성은 피해자의 첫 고소에도 불구하고 스토킹을 이어가 다시 고소당했다. 추가 범죄 위험이 컸다고 봐야 한다. 접근 금지 조치, 가해자 위치 추적,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 등 피해자 신변 보호 조치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원치 않았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이번 경우처럼 피해 여성을 가해자의 위협에 그대로 방치해둔 것이 타당한지 제도적 맹점과 보완책을 점검해야 한다.
스토킹 범죄는 신고 단계에서부터 피해자의 신변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스토킹 가해자의 특성상 어떤 범죄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등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지면서 스토킹 피해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검찰과 법원의 영장 청구와 발부 기준, 경찰의 신변 안전 조치 강화 등 스토킹 범죄 대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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