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서 고구려 뺀 中전시… 대사관도 국립박물관도 50일간 몰랐다
중국 베이징 국가박물관에서 개최 중인 ‘중·한·일 고대 청동기전’ 한국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가 빠진 사실은 전시가 개막하고 50일 가까이 지난 뒤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중국 측에 유물까지 제공하며 전시를 공동 개최한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은 언론 보도 전까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주중 한국 대사관도 민감한 ‘고대사’ 주제를 다루는 전시가 중국 최대 박물관에서 개최됐는데, 사전에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전시는 중국이 강력한 코로나 방역을 펼쳐 양국 간 왕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돼 별도의 개막식도 열지 않았다. 정재호 대사 등 주중 한국 대사관 고위 인사에 대한 초청 관람 행사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 국가박물관에서 유일하게 개최한 대형 전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중 한국 대사관을 비롯한 우리 정부가 개막 전후로 관련 내용을 면밀하게 챙겼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외교 전문가는 “2004년 한·중 간 고구려사 논란이 임시 봉합된 후 시간이 흐르며 우리 외교 당국이 이 문제의 민감성에 둔감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 지향적인 한·중 관계를 위해 중국의 역사 왜곡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주최자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책임 방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중앙박물관은 베이징 국가박물관이 지난 7월 26일 전시를 개막하기 한 달쯤 전인 6월 30일 한국사 연표를 제공했다. 하지만 원자료가 중국 측에 의해 임의로 편집된 것을 알지 못했고, 현장 검수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중국 측이 문제가 된 한국사 연표를 철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뿐, “고구려와 발해를 추가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정당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언제든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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