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의원 20%가 소관 기업 주식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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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 약 5명 중1 명이 자신이 소속된 상임위원회 소관 업무와 직접 관련된 기업의 주식·채권에 투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기업 관련 조사나 입법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 정보를 알고 있거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정치인들이 개인적 투자 수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이해 충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NYT는 지난 2019~2021년 연방 상·하원 의원 535명과 그들의 배우자·자녀 등 직계 가족의 주식 거래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97명이 소관 업무와 직결된 기업에 투자해 왔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46명, 공화당 51명이다. NYT는 신문 1면에 이들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4개 지면에 걸쳐 사례를 분석했다. 현행법상 미 연방의원의 주식 투자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의원들의 주식 투자가 얼마나 만연해 있고,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구체적인 전모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공통적인 패턴은 의원들의 기업 관련 입법이나 조사 발표 시점에 주로 가족들 명의로 ‘기막힌 주식 매매 타이밍’을 맞췄다는 점이다. 예컨대 앨런 로언솔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의 부인은 2020년 3월 남편이 속한 교통·인프라 위원회에서 두 번 추락 사고를 일으킨 보잉 737 맥스 항공기의 결함을 조사해 발표하기 바로 전날 보잉사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 당시 주당 80달러짜리 주식은 하원 발표 후 9달러로 폭락했다. 로언솔 의원 측은 “우리가 아니라 증권 중개인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토미 터버빌 상원의원(공화·앨라배마)은 지난해 상원 군사위에 있으면서 마이크로소프트사(MS)가 국방부와 맺은 100억달러 규모 클라우드 ‘제다이 사업’이 무산되기 불과 2주 전 해당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의회 내 극비 정보를 알 수 없는 MS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 터버빌 의원은 보건위원회에선 거대 제약사와 의료기업 주식을 집중적으로 거래했다.
NYT는 또 상원 금융위원 3명이 웰스파고 은행의 소비자 보호 관행 문제를 조사하는 1년간 이 은행 주식을 거듭 매매해 왔고, 상원 에너지·자원위 위원의 4분의 1이 거대 정유사인 엑손과 셰브론 주식을 소유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올 초부터 연방 의원들의 모든 개별 주식 소유와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연방 대법관과 사법부 판사에게도 적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양당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의원들도 주식 투자할 권리가 있다”며 반대해 왔으나, 의원들의 이해 충돌 사례가 몇 차례 불거지며 여론이 악화됐다. 미국 국민 70%가 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주식 투자와 관련, 소관 상임위와 관련한 기업에 투자를 제한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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