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수출규제 해법 찾자는 공감대 형성"
윤석열 대통령이 내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처음으로 양자 정상회담을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넉 달 만에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하게 됐다. 윤 대통령이 경제·안보 복합 위기 국면에서 한·미·일 협력을 다지면서 지난 정부 때 최악으로 치달은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동력 확보를 위한 외교전에 나서는 것이다. 특히 2년 10개월 만에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두 정상이 상견례 차원을 넘어 양국 간에 가로 놓인 난제를 풀고 관계 정상화의 실질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느냐가 이번 회담에 달렸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 간에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비롯해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이른바 ‘일본 초계기 레이더 조준’ 문제 등 숱한 난제가 놓여 있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 시절 불거진 문제들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출범한 이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내걸고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당국 간 공식·비공식 협의를 이어왔다. 윤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한일정책협의단을 일본에 파견하고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천명하며 한일 관계 복원에 공을 들였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관망을 끝내고 열린 자세로 전환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첫 정상회담에서 현안 모두를 일거에 타결할 수는 없겠지만 미래를 향해 크게 보고 가자는 공감대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분위기는 양쪽 모두 해법을 찾아보자는 쪽”이라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한일 두 정상이 뉴욕 정상회담에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을 미래 지향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모을 공산이 크고, 그렇게 되면 양국 당국 간에 구체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한국 정부는 3년 전 아베 신조 내각이 주도한 반도체 부품 등의 대한 수출 규제를 푸는 데 관심이 많다. 반면 일본 정부는 2018년 12월 동해에서 한국 해군 함정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 조준을 했다고 주장하며 반발해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국 외교·국방 당국 간 여러 층위의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가 다음 달부터 한국 등 해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허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좋은 신호로 해석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경제 문제가 최대 관심사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첫 정상회담을 하며 한미 동맹의 범위를 경제 안보까지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의회에서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면서 장애물을 만났다. 이 법에 따르면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차별받게 된다. 외교 소식통은 “양국이 공생하는 해법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미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 이후 대통령 행정명령 등을 통해 한국의 우려를 해소할 만한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 등을 위해 18일 출국한다. 유엔총회에 앞서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이후 미국으로 이동, 유엔총회 일반 토의 첫날인 20일(현지 시각) 185국 정상 중 10번째 순서로 연설한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 순방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오는 23일 오타와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 콘셉트는 자유연대, 경제안보, 기여외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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