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만점 고창 갯벌이냐, 한국최대 신안 갯벌이냐
‘한국의 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본부(세계유산본부)’ 공모를 두고 전북 고창군과 전남 신안군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유산본부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전북 고창, 전남 신안·보성·순천, 충남 서천)을 통합 관리하고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담 기구다. 국비 320억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을 유치하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고창과 신안은 신경전까지 벌이며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달 말까지 세계유산본부 공모 신청을 받은 뒤 서면 평가와 현장 평가를 거쳐 건립지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우선 고창군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창군은 이미 세계유산본부 유치를 위해 각종 캠페인과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전북 지역 14개 자치단체장까지 나서 고창 세계유산본부 유치를 위해 결의문을 만들어 힘을 모으는 상황이다.
고창군은 특히 갯벌의 희소성을 강조하고 있다. 고창 갯벌은 고창군과 부안군 사이에 있는 내만형(內灣形·육지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지형) 갯벌이다. 모래 갯벌, 펄 갯벌, 혼합 갯벌 등 다양한 퇴적 형태로 이뤄졌다. 이런 갯벌은 전 세계적으로 희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창 갯벌 면적은 64.66㎢로 여의도 면적(2.9㎢)의 22배이다. 물이 가장 많이 빠졌을 때 땅과 물이 만나는 지점을 기준으로 최대폭 6㎞의 갯벌이 드러난다. 걸어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로 갯벌을 탐방하는 데 최적의 관광지라는 게 고창군의 설명이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해수부가 제시한 공모 기준보다 훨씬 넓은 폐염전 부지를 확보했다”며 “당초 폐염전 부지엔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계획이었지만, 이를 막아내고 생태를 복원하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 군수는 “이곳에 본부가 들어오면 그 상징성은 다른 지역을 압도할 것”이라고 했다.
신안군은 세계유산 등재 기여도가 크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신안군은 지난 2007년부터 전국 최초로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움직였고, 2009년엔 세계유산 잠정 등재 목록에 신안 갯벌을 올렸다.
신안군은 특히 지난해 세계유산에 등재된 갯벌 중 신안 갯벌이 가장 면적이 크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세계유산에 포함된 한국의 갯벌 면적 1284.11㎢ 가운데 신안 갯벌 면적은 1100.86㎢에 달한다. 신안군 관계자는 “갯벌 면적으로 보나 상징성으로 보나 최적의 장소는 신안”이라며 “다른 지역은 2014년에 들어서야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고, 신안은 등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곳”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신경전도 벌어졌다. 해수부는 공모 과정에서 평가 방식을 변경했는데, 당초 ‘전체 면적 5만㎡ 이상’이었던 세계유산본부 부지 면적 기준을 ‘건축 면적 1만㎡ 이상’으로 줄였다. 부지 면적 점수도 10점에서 5점으로 내렸다.
그러자 고창에서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성수 전북도의원(고창)은 “고창은 이미 폐염전 등을 사들여 18만㎡ 이상 부지를 확보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는데, 무려 5점이나 깎였다”며 “고창보다 훨씬 작은 부지에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신안군에 유리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신안군은 고창군의 주장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고창이 주장하는 내용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신안군은 이미 2020년에 사유지 등을 사들여 해수부가 최초 제시한 부지 면적 기준인 5만㎡를 넘겼다”고 했다.
해수부는 또 사업 이해도 평가 항목에서 세계유산 등재 기여도를 추가했고, 이 항목 배점도 10점에서 15점으로 올렸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김성수 의원은 “세계유산 등재는 신안군 혼자 한 게 아니라 고창·서천 등 5개 시·군이 힘을 합쳐 이뤄낸 것”이라며 “등재 기여도는 신안군이 꾸준히 주장해왔던 내용으로 이를 평가 항목에 추가하고 배점까지 올리는 것은 누가 봐도 신안 밀어주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안군 관계자는 “세계유산 등재 기여도나 갯벌 면적 등에서 다른 경쟁 도시를 압도하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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