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칼럼]보스 아닌 리더의 길.. '3만'만 피하면 된다
이기홍 대기자 2022. 9. 16. 03:04
15라운드 경기 이제 1라운드 끝낸 尹, 자기 말만 하고 자기편만 챙기는 보스 아닌
경청하고, 인재 모으고, 자기에게 엄격한 지도자의 길 지켜 국가 품격 높여야
경청하고, 인재 모으고, 자기에게 엄격한 지도자의 길 지켜 국가 품격 높여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마지막 길은 국가와 지도자의 품격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지도자의 권위와 신뢰, 존경이 나라의 갈등과 정쟁을 멈추게 할 만큼 소중한 국가적 자산임을 보여준다.
지난 문재인 정권 5년간 진영 수장, 부족 족장으로 스스로를 전락시킨 대통령의 행태에 진절머리 쳤던 우리 사회이기에 존경받는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더욱 큰 것이다.
그런 갈증의 파도를 타고 정치 무경험자에서 최고 권좌로 직행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주말로 취임 4개월이 지났다.
과거 15라운드였던 프로복싱 세계타이틀전에 비유하면 이제 1라운드 종료 공이 울린 셈이다. 첫 라운드 동안 윤 대통령은 신뢰받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만들어냈을까.
보스와 지도자를 구분하는 잣대는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지도자는 경청하지만 보스는 떠벌린다.
퀴즈 하나. 다음 발언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내가 먼저 말하면 그게 곧 결론으로 여겨지지 않겠는가. 누가 스스럼없이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겠는가.”
<보기> ①삼국시대 손권 ②세종대왕 ③이병철 ④김영삼 ⑤최태원.
답은 물론 전부다. 예로 든 5명뿐 아니라 성공한 리더들의 거의 공통된 특징이 단연 경청이었다. 단순히 누군가를 불러 오래 듣는 ‘학습’ 차원의 경청이 아니라, 사람들이 찬반과 다양한 견해를 마음껏 얘기할 수 있게 해준 뒤 자기 의견을 내놓는 그런 경청이다.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최고 책임자의 지위에 오른 리더의 공통된 성공 비법이 단연 경청이었다. 손권은 19세에 오나라의 군주가 됐고, 최태원 SK회장은 38세에 그룹 경영권을 이어 받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통령실 주변에 떠도는 농담은 씁쓸하다. 대통령 별명이 90프로에서 95프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 점유율이 취임 전엔 90프로였는데 취임 후엔 95프로로 높아졌다는 농담이다.
물론 뭔가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학창시절부터 다변가로 소문났던 윤 대통령의 성향을 과장해서 비꼬는 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우리 대통령은 정말 귀가 크고 넓다”는 말 대신 이런 말이 도는 건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더구나 긴 세월 동고동락한 동지들이 아니라 연을 맺은지 기껏해야 수개월 밖에 안된 사람들이 대다수이므로 대통령의 심기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기가 더 꺼려질 것이다. 리더가 더더욱 각별한 의지를 갖고 경청 리더십을 펼쳐야만 하는 상황이다.
사람을 쓰는 데서도 보스와 리더는 다르다.
보스는 편한 사람, 심복만 쓰지만 리더는 인재를 널리 구한다. 보스는 패거리를 모으지만 지도자는 존경심을 모으는 것이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묘비엔 ‘여기, 자신보다 더 우수한 사람을 끌어모을 줄 알았던 사람이 잠들다’(Here lies a man who knew how to enlist the service of better men than himself)라고 새겨져 있다.
보스와 리더를 구분 짓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자신에 대한 엄격함인데 채점은 시대적 상황과 국민 기대치에 따라 주관적이다.
새 정부의 검찰·기재부 편중 인사를 문 정권의 운동권과 좌파단체 편중에 비교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객관적으로 비교해서 평가하지 않는다. 기대치가 다르고, 시대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안 그럴 줄 알았기에, 파렴치한 좌파정권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 기대했기에 측량해 보면 훨씬 작은 분량일지라도 더 실망하는 것이다.
겨우 1라운드가 끝났지만 상당수 국민은 벌써 나름의 채점을 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가드를 내리고 어깨에 힘을 주다 몇 차례 슬립다운을 했다.
물론 4개월간 한미동맹 복구, 대(對)중국 굴종 관계 정상화, 탈원전 폐기, 공기업 개혁 등 이탈했던 국가 궤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고, 명절연휴에 김치찌개를 만들어 무료급식 하는 등 현장을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지지율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것은 홍준표 안철수 등 다른 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됐어도 당연히 했을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에게 가장 기대가 컸던 문 정권 비리·권력남용 청산은 아직 청사진이 안 나왔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외치고, 추미애의 광란의 칼질에 당당히 맞서면서 치솟은 윤석열표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눈높이는 “아내 장모 모두 감옥에 가도 상관없다. 한점 의혹 남기지 말고 수사하라”고 강조하는 정도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보스는 약속을 어겨도 호위무사만 든든하면 되지만, 리더는 신뢰를 잃으면 무너진다. 자신에 대한 엄격함, 공정과 상식의 약속은 정치인 윤석열을 존재케 하는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지금의 한국사회는 존경과 신뢰가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다. 서구 선진 사회에서 품격이 가능한 본질적 토대는 구성원 간의 보이지 않는 합의다. 아무리 경쟁하고 적대해도 공동체의 기반을 이루는 지향점과 가치 자체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이 지켜지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이를 산산조각 냈고, 그 청와대 출신을 비롯한 강경파 인사들에겐 금도도 상식 파괴의 한계도 없다.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가려면 더더욱 보스가 아닌 지도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거창한 게 아니라 망하는 리더의 조건인 ‘3만’만 피하면 된다. ‘자기 말만, 자기 사람만, 자기만 예외.’
지난 문재인 정권 5년간 진영 수장, 부족 족장으로 스스로를 전락시킨 대통령의 행태에 진절머리 쳤던 우리 사회이기에 존경받는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더욱 큰 것이다.
그런 갈증의 파도를 타고 정치 무경험자에서 최고 권좌로 직행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주말로 취임 4개월이 지났다.
과거 15라운드였던 프로복싱 세계타이틀전에 비유하면 이제 1라운드 종료 공이 울린 셈이다. 첫 라운드 동안 윤 대통령은 신뢰받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만들어냈을까.
보스와 지도자를 구분하는 잣대는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지도자는 경청하지만 보스는 떠벌린다.
퀴즈 하나. 다음 발언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내가 먼저 말하면 그게 곧 결론으로 여겨지지 않겠는가. 누가 스스럼없이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겠는가.”
<보기> ①삼국시대 손권 ②세종대왕 ③이병철 ④김영삼 ⑤최태원.
답은 물론 전부다. 예로 든 5명뿐 아니라 성공한 리더들의 거의 공통된 특징이 단연 경청이었다. 단순히 누군가를 불러 오래 듣는 ‘학습’ 차원의 경청이 아니라, 사람들이 찬반과 다양한 견해를 마음껏 얘기할 수 있게 해준 뒤 자기 의견을 내놓는 그런 경청이다.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최고 책임자의 지위에 오른 리더의 공통된 성공 비법이 단연 경청이었다. 손권은 19세에 오나라의 군주가 됐고, 최태원 SK회장은 38세에 그룹 경영권을 이어 받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통령실 주변에 떠도는 농담은 씁쓸하다. 대통령 별명이 90프로에서 95프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 점유율이 취임 전엔 90프로였는데 취임 후엔 95프로로 높아졌다는 농담이다.
물론 뭔가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학창시절부터 다변가로 소문났던 윤 대통령의 성향을 과장해서 비꼬는 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우리 대통령은 정말 귀가 크고 넓다”는 말 대신 이런 말이 도는 건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더구나 긴 세월 동고동락한 동지들이 아니라 연을 맺은지 기껏해야 수개월 밖에 안된 사람들이 대다수이므로 대통령의 심기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기가 더 꺼려질 것이다. 리더가 더더욱 각별한 의지를 갖고 경청 리더십을 펼쳐야만 하는 상황이다.
사람을 쓰는 데서도 보스와 리더는 다르다.
보스는 편한 사람, 심복만 쓰지만 리더는 인재를 널리 구한다. 보스는 패거리를 모으지만 지도자는 존경심을 모으는 것이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묘비엔 ‘여기, 자신보다 더 우수한 사람을 끌어모을 줄 알았던 사람이 잠들다’(Here lies a man who knew how to enlist the service of better men than himself)라고 새겨져 있다.
보스와 리더를 구분 짓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자신에 대한 엄격함인데 채점은 시대적 상황과 국민 기대치에 따라 주관적이다.
새 정부의 검찰·기재부 편중 인사를 문 정권의 운동권과 좌파단체 편중에 비교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객관적으로 비교해서 평가하지 않는다. 기대치가 다르고, 시대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안 그럴 줄 알았기에, 파렴치한 좌파정권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 기대했기에 측량해 보면 훨씬 작은 분량일지라도 더 실망하는 것이다.
겨우 1라운드가 끝났지만 상당수 국민은 벌써 나름의 채점을 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가드를 내리고 어깨에 힘을 주다 몇 차례 슬립다운을 했다.
물론 4개월간 한미동맹 복구, 대(對)중국 굴종 관계 정상화, 탈원전 폐기, 공기업 개혁 등 이탈했던 국가 궤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고, 명절연휴에 김치찌개를 만들어 무료급식 하는 등 현장을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지지율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것은 홍준표 안철수 등 다른 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됐어도 당연히 했을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에게 가장 기대가 컸던 문 정권 비리·권력남용 청산은 아직 청사진이 안 나왔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외치고, 추미애의 광란의 칼질에 당당히 맞서면서 치솟은 윤석열표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눈높이는 “아내 장모 모두 감옥에 가도 상관없다. 한점 의혹 남기지 말고 수사하라”고 강조하는 정도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보스는 약속을 어겨도 호위무사만 든든하면 되지만, 리더는 신뢰를 잃으면 무너진다. 자신에 대한 엄격함, 공정과 상식의 약속은 정치인 윤석열을 존재케 하는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지금의 한국사회는 존경과 신뢰가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다. 서구 선진 사회에서 품격이 가능한 본질적 토대는 구성원 간의 보이지 않는 합의다. 아무리 경쟁하고 적대해도 공동체의 기반을 이루는 지향점과 가치 자체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이 지켜지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이를 산산조각 냈고, 그 청와대 출신을 비롯한 강경파 인사들에겐 금도도 상식 파괴의 한계도 없다.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가려면 더더욱 보스가 아닌 지도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거창한 게 아니라 망하는 리더의 조건인 ‘3만’만 피하면 된다. ‘자기 말만, 자기 사람만, 자기만 예외.’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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