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형준]또다시 기획재정부 출신인가
박형준 경제부장 2022. 9.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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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습니다.' 2010년 12월이었던 것 같다.
경기 과천시의 한 음식점에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과 출입기자들이 모여 송년회를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약 2년간 기재부를 출입한 기자는 그 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대해 과거 청와대 고위직을 거친 한 기재부 출신 인사는 "서로 눈빛만 보고서도 알아서 일처리를 할 테니 효율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부처 의견을 제대로 들을지 모르겠다. 다양성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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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끼리 업무 효율성 높일 순 있어
다양성 결여, 일방통행 일처리 우려돼
다양성 결여, 일방통행 일처리 우려돼
‘□ 없습니다.’
2010년 12월이었던 것 같다. 경기 과천시의 한 음식점에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과 출입기자들이 모여 송년회를 했다. 그때 기재부 측에서 이 퀴즈를 내면서 “기재부 직원들이 □에 들어갈 단어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무엇일지” 물었다.
기자들의 답은 다양했다. ‘이성 친구’ ‘돈’ ‘자유시간’ ‘취미’…. 다 틀렸다. 기재부가 공개한 답은 ‘불만’이었다. 일이 많아 자유시간이 부족하고, 데이트를 할 여유가 없으니 이성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며 민간 기업에 비해 월급도 크게 낮다. 하지만 기재부 공무원들은 “불만 없습니다”라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약 2년간 기재부를 출입한 기자는 그 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24시간 깨어 있어야 하는 기자가 가장 바쁜 직업이라 여길 때였는데, 기재부 공무원들은 기자 이상으로 바쁘다고 인정했다. 경제위기 상황이었기에 경제사령탑인 기재부가 특히 바쁘기도 했을 것이다.
기재부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기자지만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조규홍 현 1차관이 지명된 것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조 차관은 1988년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 내에서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차관보) 등을 지냈다. 30여 년간 예산과 재정 업무를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다. 지난해 10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에서 퇴임한 후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일했고,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가 5월 복지부 1차관에 기용됐다. 그리고 4개월 만에 장관 후보자가 된 것이다.
그를 보건 및 복지 분야 전문가로 부르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대통령실도 이번 인사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전문성을 가진 의사, 교수도 여럿 접촉했지만 그들은 예외 없이 장관직을 고사했다. 청문회를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3년 동안 업무 관련성이 있는 곳에 재취업을 할 수 없는 점도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조 후보자를 포함해 이번 정권에서 기재부 출신들이 대거 기용되고 있다. 대통령실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등 사실상 기재부 몫인 자리뿐 아니다. 대통령비서실장, 총리와 국무조정실장,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도 기재부 출신이다. 은행연합회 등 주요 금융 협회와 공기업에도 전직 기재부 인사들이 두루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과거 청와대 고위직을 거친 한 기재부 출신 인사는 “서로 눈빛만 보고서도 알아서 일처리를 할 테니 효율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부처 의견을 제대로 들을지 모르겠다. 다양성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현재 상황은 2012년 말 일본과 유사하다.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당시 두 번째로 총리에 오르면서 경제산업성 출신들을 대거 중용했다. 러시아와의 영토 교섭을 외무성이 아니라 경산성이 주도했다. 재무성이 재정 안정을 걱정할 때 경산성은 “일단 투자부터 하라”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아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번 이상 정상회담을 하고서도 영토 교섭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본이 선진국 최악의 국가채무에 짓눌리고 있는 것은 재무성 목소리가 작아진 탓도 있다. 2020년 9월 일본 총리가 바뀌자 경산성 출신들은 모두 요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정부의 한 부처가 실권을 쥐면 분명 속도감 있게 일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멀리 가려면 여럿이 함께 가는 게 낫다.
2010년 12월이었던 것 같다. 경기 과천시의 한 음식점에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과 출입기자들이 모여 송년회를 했다. 그때 기재부 측에서 이 퀴즈를 내면서 “기재부 직원들이 □에 들어갈 단어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무엇일지” 물었다.
기자들의 답은 다양했다. ‘이성 친구’ ‘돈’ ‘자유시간’ ‘취미’…. 다 틀렸다. 기재부가 공개한 답은 ‘불만’이었다. 일이 많아 자유시간이 부족하고, 데이트를 할 여유가 없으니 이성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며 민간 기업에 비해 월급도 크게 낮다. 하지만 기재부 공무원들은 “불만 없습니다”라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약 2년간 기재부를 출입한 기자는 그 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24시간 깨어 있어야 하는 기자가 가장 바쁜 직업이라 여길 때였는데, 기재부 공무원들은 기자 이상으로 바쁘다고 인정했다. 경제위기 상황이었기에 경제사령탑인 기재부가 특히 바쁘기도 했을 것이다.
기재부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기자지만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조규홍 현 1차관이 지명된 것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조 차관은 1988년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 내에서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차관보) 등을 지냈다. 30여 년간 예산과 재정 업무를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다. 지난해 10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에서 퇴임한 후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일했고,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가 5월 복지부 1차관에 기용됐다. 그리고 4개월 만에 장관 후보자가 된 것이다.
그를 보건 및 복지 분야 전문가로 부르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대통령실도 이번 인사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전문성을 가진 의사, 교수도 여럿 접촉했지만 그들은 예외 없이 장관직을 고사했다. 청문회를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3년 동안 업무 관련성이 있는 곳에 재취업을 할 수 없는 점도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조 후보자를 포함해 이번 정권에서 기재부 출신들이 대거 기용되고 있다. 대통령실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등 사실상 기재부 몫인 자리뿐 아니다. 대통령비서실장, 총리와 국무조정실장,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도 기재부 출신이다. 은행연합회 등 주요 금융 협회와 공기업에도 전직 기재부 인사들이 두루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과거 청와대 고위직을 거친 한 기재부 출신 인사는 “서로 눈빛만 보고서도 알아서 일처리를 할 테니 효율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부처 의견을 제대로 들을지 모르겠다. 다양성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현재 상황은 2012년 말 일본과 유사하다.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당시 두 번째로 총리에 오르면서 경제산업성 출신들을 대거 중용했다. 러시아와의 영토 교섭을 외무성이 아니라 경산성이 주도했다. 재무성이 재정 안정을 걱정할 때 경산성은 “일단 투자부터 하라”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아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번 이상 정상회담을 하고서도 영토 교섭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본이 선진국 최악의 국가채무에 짓눌리고 있는 것은 재무성 목소리가 작아진 탓도 있다. 2020년 9월 일본 총리가 바뀌자 경산성 출신들은 모두 요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정부의 한 부처가 실권을 쥐면 분명 속도감 있게 일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멀리 가려면 여럿이 함께 가는 게 낫다.
박형준 경제부장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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