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9] 거국적 동원체제의 부활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2. 9.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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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국가 전역을 일컬을 때 요즘은 보통 전국(全國)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옛사람들의 표현은 그보다 더 다양했다. 성(城)으로 둘러싼 정치 권력의 소재지[朝]와 그 바깥 지역[野]을 통틀어 지칭했던 조야(朝野)가 우선 대표적이다.

경향(京鄕)이라는 말도 그렇다. 통치 권력이 자리를 튼 서울[京]과 시골[鄕]을 병렬해 ‘전국 모든 지역’을 가리킨다. 전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때론 경향각지(京鄕各地)로 적기도 했다. 대한민국 건국 주역인 이승만 대통령이 자주 썼던 말이다.

방방곡곡(坊坊曲曲)이라는 말도 예전에는 쓰임새가 많았다. 성 내부 민간 거주 지역 구획 단위였던 방(坊)과 그보다 외진 곳, 또는 작은 골목을 가리켰던 곡(曲)의 결합이다. ‘사람 사는 모든 곳’이라는 뜻이다.

거국(擧國)이라는 단어도 그와 같은 흐름이다. 앞의 거(擧)라는 글자 초기 꼴은 여러 사람의 손이 뭔가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다. 그로써 ‘들다’라는 새김을 먼저 얻었지만, 여럿의 손이 모여 있어 ‘모두’라는 의미도 획득했다.

그런 맥락의 단어로는 거조(擧朝)가 있다. ‘조정(朝廷)의 모든 것’을 가리킨다. 거세(擧世)라는 말은 ‘온 세상’을 뜻한다. ‘거국’이나 ‘거조’는 국가나 왕조의 힘을 모두 동원할 때 자주 쓰는 단어다. “거국적으로 대처하자”는 식으로 말이다.

중국 집권 공산당이 그런 ‘거국’의 수사를 다시 꺼냈다. 자신을 압박하는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신형거국체제(新型擧國體制)’라는 방침을 얼마 전 확정해 발표했다. 핵심 산업기술 영역에서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조야의 힘, 경향의 역량, 방방곡곡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미국에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미국 중심의 서방세계와 결별도 감수할 분위기다.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의 거국적 동원체제의 그늘로 회귀하는 중국의 거동(擧動)이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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