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부 부처보다 변화에 더뎌.. 기업처럼 융합 속도 내야"
“공대도 이젠 전공 하나만 해선 기업이 원하는 수준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전통 제조업계가 디지털 대전환에 나선 것처럼, 기계·전자·화학·컴퓨터 같은 칸막이를 허물고 미래 기술을 함께 가르치는 공학 교육이 필요합니다.”
박건수(57) 한국공학대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지금은 첨단 기술을 융합하고 고도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대”라며 “대학 교육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단순 제조업이 아니며,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이 더 중요하게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가깝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자동차공학과 학생들도 반드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박 총장은 강조했다.
한국공학대가 현재 12분야로 나뉜 학과 체제를 융합 단과대 넷(AI·소프트웨어, 지능형 모빌리티, 차세대 반도체, 에너지)으로 재편하려는 것도 미래 기업의 인재 수요에 부응하려는 것이다. 융합 단과대 체제로 재편하면, 기존 전공에 더해 신산업 학위를 딸 수 있다. 내년부터는 인공지능학과와 지능형 모빌리티 전공,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등 첨단 분야 전공도 신설해 신입생을 받는다.
박 총장은 “대학원도 IT 반도체, 로봇 모빌리티, 탄소 중립 에너지, 바이오 헬스, AI·메타버스 등 다섯 분야를 중심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이 분야에 대학 예산을 대폭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역점 과제로 추진하는 반도체 과정 정원을 대학원 석사과정은 2배, 박사과정은 2.5배 확대하는 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박 총장은 “대학이 산업 변화 뒤쫓아가기를 넘어 미래 기술 변화를 이끌 수도 있어야 한다”면서 “석·박사 차원 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외부 기업과 손잡고 융합·심화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산업계 트랙을 대학원에 설치하겠다”고 했다.
융합 교육을 바탕으로 기업 실무 교육도 강화한다. 한국공학대는 작년 기준 현장 실습 이수 학생 수(854명)가 전국 대학 평균(356명)의 두 배를 넘는다. 양적인 확대에 그치지 않고 실습·실무 수업 질을 지금보다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공학대 학부에는 ‘심화형 기업 주문 캡스톤 디자인(졸업 작품)’이란 수업이 있다. 기업이 요청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 제출하는 게 수업 내용이다. 올해 이 과목을 수강한 컴퓨터공학부 학생 4명은 한 소프트웨어 기업 의뢰를 받고 호텔 예약과 객실 도어록 기능을 휴대전화 앱에 담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반응이 좋아 해외 출시도 추진하고 있다. 박 총장은 “최근 많은 대학이 실무 교육을 늘리고 있지만 단순 ‘기업 체험’에 그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실제 기업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해봐야 그 성과가 취업·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박 총장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산업혁신성장실장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2019년 취임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공직에서 산업 정책을 다루다가 대학에 와보니, 우리나라 대학들은 기업은 물론 정부 부처보다도 변화에 느리더라”며 “산업 변화에 맞춰 대학 교육의 틀(학제)과 내용(교육과정)도 모두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공학대는 산업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1997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흥·안산스마트허브(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안에 세운 대학이다. 산학 협력 협약을 맺은 ‘가족 회사’가 4290곳으로 국내 대학 중 가장 많고, 전임 교수 257명 중 203명(78.9%)이 산업체 실무 경력자일 정도로 산학 협력에 특화돼 있다. 원래 이름은 ‘한국산업기술대’였는데,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는 깊이 있고 폭넓은 공학 교육으로 길러내야 한다는 의미에서 올 3월 이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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