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꿈일지라도[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2022. 9.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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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에 대한 꿈이 있다.

초등학교 때, 우주비행사가 유인 달 탐사선인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을 향해 3일간 날아간 후 달에 착륙해 국기를 꽂고, 월석을 채취하고, 사진을 찍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내게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당시 하루아침에 달 탐사 그리고 화성 탐사 프로그램이 백지화됐고, 이 일에 종사하던 2만 명의 항공우주 과학자들이 직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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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나는 달에 대한 꿈이 있다. 실향민도 아닌데 ‘달’을 그리워한다. 그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보았는데, 1969년의 기억이 떠올랐다. 맞다, 나는 아폴로 키드다. 초등학교 때, 우주비행사가 유인 달 탐사선인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을 향해 3일간 날아간 후 달에 착륙해 국기를 꽂고, 월석을 채취하고, 사진을 찍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내게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나도 달에 갈 수 있겠구나!’

최근 달을 향한 아르테미스 계획이 출발하기 전 로켓의 결함으로 두 차례 연기되었다. 짐을 싸놓고 출발을 기다리던 여행이 갑작스레 연기된 것처럼 아쉽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어쩌면 10월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인류가 달에 가는 건, 50년 만의 일이다. 그 사이 반세기가 흘렀다. 만약 2011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세금’을 아끼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재정 지원을 중단하고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민간기업에 이양하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앞당겨졌을 것이다. 당시 하루아침에 달 탐사 그리고 화성 탐사 프로그램이 백지화됐고, 이 일에 종사하던 2만 명의 항공우주 과학자들이 직장을 잃었다. 설상가상 미국의 우주인은 우주정거장에 가려면 러시아의 로켓을 빌려 타고 가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달로 향하는 길을 다시 살려낸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나사를 중심으로 세계의 다른 국가들과 민간기업들이 협력하여 유인 달 탐사를 추진한다는 프로젝트에 서명했는데, 그 프로젝트가 바로 ‘아르테미스’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우주발사체인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 대형 추진 로켓을 사용한다. SLS는 111.25m, 그러니까 약 30층 높이의 2단 우주발사체로, 143t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 1980년대의 우주왕복선이 27t의 화물을 실어 날랐던 것과 비교하면 정말 비약적인 발전이다.

우주에 도달한 최초의 로켓은 독일의 베른헤르 폰 브라운 박사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설계한 V-2 로켓이다. 당시 길이 14m인 V-2 로켓은 음속의 3배 속도로 고도 96km까지 올라 320km를 비행했고, 연합국은 대항하지도 못한 채 공포에 떨었다. 1945년 전쟁이 끝나자, 이 로켓 기술은 고스란히 미국과 당시 소련으로 이전되었다. 미국은 ‘페이퍼클립’이라는 작전을 통해 V-2 로켓에 관여했던 연구원을 비롯해 로켓 설계도와 부품 등 화물차 300대에 달하는 자료를 가져갔다. 소련 역시 V-2 로켓에 관여했던 과학자들을 데리고 가서 우주개발을 최우선 국가 과제로 추진했다. 그 결과 소련은 최초로 살아 있는 생명체를 우주로 보냈고, 미국은 한발 늦긴 했지만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성공시켰다.

국가의 발전과 번영의 원동력은 과학과 기술이다. ‘국민의 세금’ ‘비싼 비용’ ‘정치적 판단’에 의해 한순간 좌초되고 방치하는 것만큼 근시안적인 결정은 없다. 기초과학 투자를 효율의 문제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과학과 기술의 투자에 등을 돌리면 뒤처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지금 반도체, 배터리, 통신 경쟁의 역사가 이를 충분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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