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경제, 보호무역의 파도 넘어서려면

정형곤 2022. 9.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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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과 반도체 지원법으로 우리 기업들의 걱정이 매우 커지고 있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던 미국은 사라지고 이제 과거와 같은 중상주의, 보호주의에 입각한 산업 정책을 더 강화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두 법안 외에도 미국 내 제조, 미국산 구매, 인프라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여러 경제학자가 동아시아 국가들이 국가 주도 산업 정책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 주도 산업 정책 덕분이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현재 주목받고 있는 세계 반도체 산업도 개별 국가의 산업 정책의 산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미국이 가장 빠르게 성장했던 시기에 철도를 비롯해 전기 및 통신, 비행기, 반도체, 인터넷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것에 기반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 오늘날 마이크로칩의 전신인 트랜지스터는 AT&T 통신 사업부였던 ‘벨 연구소’에서 발명되었다. 이 연구 비용을 지불한 것은 미국 정부였고,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주요 반도체 산업의 투자 기관이었다고 한다.

보호주의 경향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신보호주의 기조가 확산되면서 보호주의 정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신규 보호주의 정책 시행 건수는 지난 10년간 약 2배 증가했다. 반면 2020년 기준 신규 자유화 정책은 신규 보호주의 정책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은 이미 첨단 기술의 자급자족을 목표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화를 믿지 않았고, 최첨단 산업을 최대한 자급자족하고 통제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이에 질세라 과거 보호주의에 입각한 산업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미국이 이런 방향으로 언제까지 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우리 기업들에는 훨씬 더 엄중한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자유무역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중국의 빠른 성장과 함께 우리도 동반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어려워진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과의 협력도 어려워진 상황이 되고 있고 선진국 기업들과 더욱더 맹렬한 경쟁을 해야만 할 상황이 되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적어도 미국은 WTO의 기능을 되살릴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제는 우리도 더 적극적인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의 경제정책은 우리의 산업과 경제를 강하게 만들었다. 또다시 그런 정신과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곧 ‘자유무역의 종말’ 시대를 보게 될까 우려스럽다. 선진국들의 보호주의 속에서 우리가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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