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에 앉히고 흔들어주면 균형 감각 강화돼요
[김수연 아기발달연구소장] [감각·운동 통합 발달] [上]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외부 자극을 인식하고 안전한지, 위험한지 파악해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갓 태어난 아기의 경우 머리가 밑으로 기울면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서 무언가를 잡으려고 한다. 추락해서 다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엄마가 부드럽게 안고 몸을 살살 움직여 줄 때는 피부가 맞닿는 촉각 자극과 흔들거림 때문에 몸의 긴장을 풀고 상황을 즐긴다. 이처럼 아기는 시각, 청각, 촉각, 전정 감각 등 다양한 감각을 경험하면서 자극의 의미를 파악해 몸으로 대처하게 된다. 이를 ‘감각 운동 통합(sensory motor integration)’ 능력이라고 한다.
◇안전한 감각, 위험한 감각
감각 운동 통합 능력의 기초는 엄마 뱃속에서 만들어진다. 예컨대 열달 동안 양수 속에서 흔들거리며 균형 감각 프로그램이 발달된다. 태어난 아기에게 새로운 자극이 너무 부족하면 세상을 탐구하려는 욕구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위험하고 불쾌하다고 느끼는 자극만 계속 주어진다면 세상의 자극을 의미 없거나 무섭고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될 수 있다.
아기가 새로운 환경과 자극을 접할 때 즐거운 반응을 보이는지,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지를 잘 살펴보자. 즐거워한다면 조금씩 자극의 강도를 높여서 감각 운동 통합 능력을 더욱 활성화시켜 주는 것이 좋다. 반면 아기가 몸이 굳거나 고개를 돌리는 등 거부 반응을 보이면 그런 자극은 중단해야 한다. 새롭게 주어진 자극에 대해 팔을 앞으로 뻗어 붙잡으려 하면 좋아하는 자극이고, 팔을 내밀지 않고 등에 힘을 주기만 한다면 좋아하지 않는 자극이란 의미다.
0세부터 단계적으로 천천히 다양한 자극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후 0~3개월에는 아기의 시력이 희미하다. 아기 눈에 확 띄는 얼굴 모양 캐릭터가 그려진 이불이나 커튼 등을 통해 관심을 갖고 만져보고 싶은 욕구를 갖도록 하면 좋다. 아기 손바닥에 작은 공이나 장난감을 대주면 신생아 시기에는 반사적으로 움켜쥔다. 그러다가 스스로 손바닥을 펴고 천천히 쥐어보는 동작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때 부드러운 재질의 인형을 쥐여 줘도 좋다.
◇좋아하는 자극으로 운동
몸이 흔들리는 자극은 균형 감각 발달을 도와준다. 유모차에 태우고 하루에 한두 번 산책을 통해 몸이 흔들리는 경험을 제공해 주면 좋다. 아기가 좋아하는 청각 자극을 주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눈동자나 고개를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아기를 엎어 놓은 상태에서 머리맡에 소리 나는 장난감을 놓아주면 아기가 고개를 들어 올리는 동작을 취하면서 목 주변의 근육을 쓰게 된다. 아기 배가 쿠션 위에 닿도록 엎어 놓은 상태에서 엉덩이를 잡고 좌우로 5~10회 흔들어주면 전정기관에 자극이 가면서 균형 감각이 강화된다. 알록달록한 쿠션을 쓰면 시각 자극을 함께 줄 수 있다.
4~6개월에는 몸의 흔들림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인다. 이 시기 부모와 어렵지 않게 눈 맞춤을 하고 목 가누기도 가능해진다. 머리의 방향이 부드럽게 바뀌는 놀이를 통해 스스로 고개를 들고 상체를 가누는 연습을 한다.
이 시기 아기 눈앞에 모빌을 매달아줘 손을 뻗어 만지며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모빌은 여러 개보다 하나만 달아 놓아야 잡으려는 동기를 갖기 쉽다. 다만 아기를 너무 오래 눕혀 놓으면 등 근육이 경직될 수 있으므로 이 동작은 잠깐씩만 한다.
부모가 아기와 함께 엎드려 마주 보는 자세를 취하면 아기 시선이 부모에게 고정되면서 양팔로 상체를 지지해 운동 감각을 향상시킬 수 있다. 큰 공 위에 아기를 앉히고 위아래로 살살 흔들거나 아기를 공 위에 엎어놓고 앞뒤로 천천히 흔들어주면 균형 잡는 연습이 된다.
7~10개월에는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 움직임 형태에 대한 인지가 가능하므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다. 감각 통합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부모가 아기를 꼭 껴안고 미끄럼틀을 타면 안정감을 주는 피부 자극을 함께 느끼게 해 아기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아기를 안은 채 음악을 들으며 살살 춤을 춰도 좋다.
생후 10개월이 되면 스스로 배밀이나 네 발 기기를 통해 몸을 움직이며 스스로 새로운 자극을 찾아서 즐기게 된다. 아기가 즐거워한다면 위험하지 않은 동작을 통해 다양한 몸 놀이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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