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자원 고갈범? 어업인은 죄가 없다

조봉권 기자 2022. 9.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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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강력하게 비판한다.

'중국만 이롭게 하는 대한민국 수산정책'이라는 단원 첫머리다.

"어업인들이 자녀들에게는 돈을 많이 버는 자랑스러운 아빠로, 국민에게는 험한 바다에서 힘들게 일하며 건강식품인 생선을 잡아 공급하는 떳떳한 노동자로정정당당히 인정받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이 책은 수산과 관련한 상식과 고정관념을 비판하고 바로잡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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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근 교수의 되짚어보는 수산학 - 정석근 지음/베토/1만8000원

- 잘못된 규제정책 억울한 피해
- 상당수 어민 전과범 신세 전락
- 과학 잣대로 탁상행정 꼬집어
- 총허용어획량제 등 허점 비판

이 책은 강력하게 비판한다. 야무지게, 그리고 망설임 없이 전개하는 논지를 접하며 ‘모름지기 비판이란 이렇게 해야지’ 하는 공감이 읽는 동안 자주 솟구쳤다. 저자의 접근이 깊고 단호한 데다, 일반에 널리 알려진 상식과 고정관념도 사정없이 깨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 쪽은 ‘그게 그렇지가 않다’고 반론을 제기하려 할 터이고 독자는 어안이 좀 벙벙해질 수도 있겠다.

대구의 수정란을 바다에 방류하는 모습. 저자는 인공수정란 방류 사업 또한 효과가 검증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베토 제공


부디 전문가들은 그렇게 건전한 논쟁을 활발히 이어가고 시민은 그런 토론에 관심을 기울이는 화기애애한 모습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아무쪼록, 적어도 대한민국 최대 수산해양도시 부산에서는 이 책이 시민 교양도서처럼 널리 읽히기를 기대한다.

수산학자 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가 ‘정석근 교수의 되짚어보는 수산학’을 펴냈다. 먼저, 저자 정석근 교수의 학문과 활동을 간략히 살펴보자. 그는 1987년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부산수산대(부경대의 전신) 대학원 해양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IBM 프로그래머부터 극지연구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책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거꾸로 가는 혼획 규제’라는 단원이다.

“나는 미국에서 연구선을 타고 수많은 고기를 중층트롤로 잡아 배 위에서 세는 일을 10년 가까이 했지만 3830마리까지 일일이 세어본 적은 없다.…3830마리 총알 오징어를 몇 시간 동안 충실하게 센 것을 뭐라고 나무랄 생각은 전혀 없다. 문제는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감을 못 잡고 탁상행정으로 엉뚱한 지침을 만들어 내는 세종청사 5동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다.”(157쪽) 저자의 경력·관점·지향과 관련해 감이 슬슬 오실 것이다.

내친김에 한 대목 더 들여다보자. ‘중국만 이롭게 하는 대한민국 수산정책’이라는 단원 첫머리다. “전남 여수 바닷가에서 연안선망으로 평생 멸치를 잡아온 한 어업인은 전과 57범이라고 한다(‘현대해양’ 2018년 8월 ‘지난한 연안선망어업 분쟁’ 기사 참고). 우리나라 어민들 중 전과범이 아닌 사람이 별로 없다는 말도 들려온다. 정부에서 수산자원 보호니 회복이니 하면서 50개에 이르는 수산관련 법령으로 규제한 결과가 이런 것이다. 이 정도 규제가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성과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201쪽)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쓴 목적을 이렇게 말한다. “어업인들이 자녀들에게는 돈을 많이 버는 자랑스러운 아빠로, 국민에게는 험한 바다에서 힘들게 일하며 건강식품인 생선을 잡아 공급하는 떳떳한 노동자로…정정당당히 인정받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이 책은 수산과 관련한 상식과 고정관념을 비판하고 바로잡고자 한다. 센 내용이 많아 반론과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어업 자원을 보호한다고 어린 물고기는 못 잡게 하고 다 큰 고기만 잡게 하는 규제정책을 쓰는데 이게 효과가 있을까? 저자는 과학의 잣대를 들이대 이 정책은 효과가 없다고 밝힌다. 만약 멸치를 너무 많이 잡으면(남획하면) 멸치는 멸종할까? 바다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생태 특성을 고려하면 그런 일은 안 일어난다. 해양수산부가 수산 선진국을 따라 시행하는 TAC(총허용어획량제) 또한 굉장히 허점이 많고 불합리하다고 비판한다. 이것 말고도 저자가 제기하고 비판하는 내용은 많다.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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