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신간돋보기] 기억, 사랑으로 채울 수 있어요 外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2. 9.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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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깬 소년은 집에서 나와 노란 꽃을 준비한 뒤 할머니 집으로 간다.

소피네 할머니는 케이크를 만들고, 마이클네 할머니는 입술을 빨갛게 칠해 마이클 뺨에 뽀뽀하고, 존티네 할머니는 매주 축구장에 가고, 라피네 할머니는 꽃집 차를 운전하며 꽃을 배달한다.

하지만 소년의 할머니는 다르다.

소년은 할머니에게 꽃을 주며 따뜻한 사랑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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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 사랑으로 채울 수 있어요

- 우리 할머니는 달라요/수 로슨 글/캐롤리안 마젤 그림/엄혜숙 옮김/봄봄/1만3000원


잠이 깬 소년은 집에서 나와 노란 꽃을 준비한 뒤 할머니 집으로 간다. 소년은 왼쪽 페이지에, 오른쪽에는 소년이 떠올리는 할머니들이 등장한다. 소피네 할머니는 케이크를 만들고, 마이클네 할머니는 입술을 빨갛게 칠해 마이클 뺨에 뽀뽀하고, 존티네 할머니는 매주 축구장에 가고, 라피네 할머니는 꽃집 차를 운전하며 꽃을 배달한다. 하지만 소년의 할머니는 다르다. 창밖을 내다보며 산들바람에 가끔 몸을 움직이는 할머니는 치매이다. 자칫 어둡고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부드러운 수채화가 감싸준다. 소년은 할머니에게 꽃을 주며 따뜻한 사랑을 건넨다. “할머니는 자기가 누구인지 몰라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할머니가 누구인지 내가 알고 있으니까요.”

# 기술문명, 어떤 미래 가져다줄까

- 기술과 인문, 그 나선의 춤/백년어서원 엮음/전망/1만4000원


인문 공간 백년어서원(부산 중구 동광동)의 ‘개똥철학’ 제9집. ‘개똥철학’은 자기 몸 안에서 빛을 만들어내는 개똥벌레의 순수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2022년의 주제는 ‘과학기술 문명과 인문정신’으로 우리 시대가 당면한 여러 가치에 대해 접근한다. ‘과학과 인문의 윤리적 동행’(이소희) ‘상상력이 빚어낸 문명과 인문학적 물음’(노경자) 등 함께 공부하고 성찰한 22편의 글이 수록됐다. 복합적인 재난 시대를 겪는 인류에게 기술문명은 어떤 미래를 담보할까. 기술문명은 인간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뛰어넘어 새로운 회오리를 만들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존재와 기술이 복잡하게 서로 의존하는 공생관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 주는 책이다.

# 대학 청소노동자 114일의 투쟁

- 현장의 힘/배성민 지음/빨간소금/1만3000원


2021년 1월 해고 통보를 받았던 부산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114일간 농성 투쟁한 끝에 해고 철회와 직접고용을 쟁취한 기록이 책으로 나왔다. 청소노동자들과 함께한 풋내기 노조 활동가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청소노동자 전원 해고 결정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대 재정 위기가 있었다. 대학의 위기는 그곳에서 일하는 대학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로 이어진다. 대학 하나가 위기에 빠지면 노동자뿐만 아니라 학생과 주민의 생존권 또한 위태로워진다. 지방에도 사람이 있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저자는 대학 위기 책임을 그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전한다.

# 정조의 여정 담은 화려한 기록

- 의궤, 8일간의 축제/KBS 의궤, 8일간의 축제 제작팀/민음사/2만원


의궤(儀軌)는 국가의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정리한 도서다. 조선 왕조의 의궤는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 책에서 다루는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의궤 중의 의궤로 꼽히며, 조선의 기록 유산 중에서도 화려한 그림으로 잘 알려졌다. 1795년,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화성에서 열기로 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한강을 건너 남쪽으로 향했다. 6000명에 달하는 수행원이 1㎞가 넘는 행렬을 이루는 큰 규모였다. 출발에서 귀환까지 모두 8일간이 기록된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바탕으로 정조의 여정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낸다.

# 자기만의 말 사전 만들어봐

- 우리말 백 마디 멋대로 사전/윤구병 글/이성인 엮음/보리/1만3000원


윤구병 선생이 사람들이 자주 쓰는 토박이말 아흔아홉 개와 한자말 한 개를 풀이했다. 합쳐서 백 마디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보는 정형화된 뜻풀이가 아니다. 사전을 집필하는 사람이 세상을 보는 눈, 삶에서 얻은 깨달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새로운 사전이다. 우리말의 뿌리, 말 속에 담긴 철학과 과학, 우리말에 대한 깊은 사랑, 우리말로 평생을 벼리며 쓰고 말하는 대로 실천해 온 선생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 시대를 사는 사람이 자기가 살면서 경험한 그 시간과 공간 안에서 길어 올린 말로 채워 올린 사전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말로 ‘내 멋대로 자기 말 사전’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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