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과학 한 스푼] 노란색 면의 비밀
오늘은 남아 있던 짜장 소스로 짜장면을 한번 만들어보려 합니다. 그런데 중화면이 조금 부족하니 어쩔 수 없이 제 것은 소면으로 대체합니다. 다행히도 아내와 아이는 만족해하지만, 저는 뭔가 아쉬운 듯한 기분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짜장면은 소면이 아니라 중화면이기 때문입니다.
면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보통은 그 제조방식에 따라 구분하는데, 먼저 손으로 반죽을 여러 번 치대고 당기면서 만드는 납면이 있습니다. 중화면과 라멘은 보통 이 방식으로 만들어지죠. 압면은 작은 구멍으로 반죽을 밀어 넣어 뽑아낸 면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냉면이 있습니다.
그밖에 칼국수처럼 반죽을 얇게 편 후 칼로 썰어 만드는 절면도 있습니다. 마지막은 제가 사용했던 소면인데, 반죽을 길게 늘여 막대기 사이에 감아 놓고 막대기 간격을 넓히면서 점차 면을 가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아무래도 만드는 방식이 각기 다르니, 그 종류에 따른 면의 특성 또한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반죽을 치대는 과정이 많은 납면의 경우는 다른 면들에 비해 더 쫄깃한 식감을 갖습니다. 밀가루는 반죽을 오래 하면 오래 할수록 밀가루에 포함되어 있던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란 단백질이 서로 엉키면서 글루텐이란 물질이 더 많이 만들어집니다. 글루텐은 탄성력과 점성이 높은 특징이 있는데, 밀가루 반죽이 찰기를 갖는 원인이 됩니다. 이에 반해 다른 방식으로 제조된 면들은 그러한 쫄깃함이 다소 부족합니다. 따라서 요리의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면의 종류 또한 달라져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소면으로 만든 짜장면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이유는 또 있습니다. 입에 넣기도 전에 이미 실망감을 느꼈기 때문인데요, 하얀색 면발이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노란색 면이 훨씬 더 쫄깃한 식감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경험에 따른 효과일 것입니다.
사실 중화면의 쫄깃한 식감은 단지 반죽을 오래 치댔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중화면은 반죽하는 과정에서 보통 간수를 첨가하는데, 여기서 간수란 소금을 석출하고 남은 염기성 용액을 말합니다. 그런데 밀가루 반죽에 염기성 물질이 첨가되면 글루텐 구조가 더 활성화됩니다. 따라서 반죽이 더 쫄깃해지죠.
간수의 효과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밀가루에는 플라보노이드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여기에 염기성 물질이 결합되면 노란색의 색소성분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중화면이 그 특유의 노란색을 띠게 되는 것이죠. 최근에는 식품 안전을 위해 간수가 아니라 다른 염기성의 합성물질을 대신 사용하기도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중화면이 아닌데도 면이 더 노랗게 보이도록 별도의 가공을 하기도 합니다. 황색 식용색소를 첨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리보플래빈이라고도 불리는 비타민 B2를 첨가해 영양을 강화하면서도, 면 또한 더 먹음직스러운 노란색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플래빈은 라틴어의 황색을 의미하는 플라부스가 그 어원입니다.
오늘은 노란색 중화면을 보면서, 요리는 눈으로 먼저 평가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았습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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