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지하철 자리다툼과 고령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다 보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장을 차려입고 회사로 향하는 직장인, 두툼한 수험서를 들고 노량진에서 내리는 젊은이, 평일에 등산 가방을 멘 중년 남녀,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어르신들까지,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지하철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흔들리는 손잡이에 매달려 있다 보면 가끔 만석(滿席)의 지하철은 완벽한 세상의 상징과 같다는 상상을 합니다. 지하철 한 칸의 모든 좌석이 다 차있고, 아무도 서 있지 않은 그런 상태 말이죠. 20년 넘게 지하철을 탔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자리가 부족하고, 때로는 자리가 남아돕니다. 자리가 비었는데도 굳이 서서 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 만석의 지하철이 불가능한데 완벽한 세상이 가능할 리 없겠죠.
세상이 완벽하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자리를 놓고 실랑이를 벌입니다. 경험에 의하면 대부분 “몇 살 먹었냐” “어른이 탔는데 자리도 안 비키고…” 같은 말로 시작됩니다. 갈수록 이런 실랑이가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 지하철에 ‘노약자석’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입니다. 경로 우대 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지하철 양 끝 좌석을 노약자석으로 지정한 뒤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지하철 한 칸에 좌석이 총 54개이고, 교통 약자석은 12개이므로 비율이 22%입니다. 1980년에 왜 이렇게 정했는지 알 수 없으나, 당시엔 노인과 장애인, 임산부 등 교통 약자를 수용하기에 넉넉한 규모였습니다. 1980년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 비율은 3.8%에 불과했으니까요. 지금은 그 비율이 17.5%이고, 2030년엔 25.9%, 2040년엔 35.3%가 됩니다. 좌석은 한정돼 있는데 노인 숫자는 늘어나니 다툼이 잦아지는 게 당연합니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서는 주로 고령화가 불러올 경제적 영향을 다루었지만,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숫자로 가늠조차 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하철 좌석이라는 보잘것없는 자원을 두고도 이렇게 다투는데, 일자리·세금·연금·건강보험·의료·주거 같은 사안을 두고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 사회와 정치권은 그런 갈등을 조정할 지혜와 용기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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