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기록의 기억] 흑역사 딛고 '개벽'으로 나아가려는 천도교의 심장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 내려 낙원상가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운현궁 맞은편에 천도교 중앙대교당과 수운회관이 있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이국적인 벽돌 건물이 1921년에 완공된 중앙대교당이다. 고딕, 바로크 등 여러 서양 고전 양식을 종합한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이는 이 건물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중앙고등학교, 덕수궁미술관 등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했다. 중앙대교당 앞에는 당시 천도교청년회의 민족 잡지 ‘개벽’을 발행하던 개벽사터가 남아 있다. 천도교는 3·1운동과 6·10 만세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개벽사는 6·10 만세운동의 전단이 보관된 곳이었으니, 이곳은 독립운동의 요람과도 같은 곳이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지상 15층, 지하 1층의 콘크리트 건물이 ‘1세대’ 건축가 정인국의 설계로 1971년 4월5일 준공된 수운회관이다. 수운은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 선생의 호이다. 당시로서는 꽤 고층인 이 건물이 지어질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정권의 외무부 장관을 지낸 최덕신이 천도교 교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덕신은 박정희 대통령에게서 수운회관의 건립기금을 약속받고 전국을 돌면서 천도교 표를 몰아주었다. 슬프게도 수운회관은 ‘정교유착’의 상징이다. 최덕신은 1986년 북한으로 넘어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에서 요직을 지내다 ‘애국렬사릉’에 묻혔다.
1860년 최제우 선생이 창시한 동학은 ‘사람이 곧 하늘’이며 ‘사람은 하늘을 자기 안에 모시고 있다’는 개벽의 사상이었다. 따라서 동학의 제자들이 갑오년에 혁명을 일으킨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일제 강점 이후 신간회 때까지 천도교는 비타협적 민족주의 세력을 대표했다. 하지만 최린 일파를 거치면서 ‘친일 종교’로 변질됐고 박정희 정권 때는 ‘반공 종교’로 타락했다. 그러나 천도교의 사상은 결국 개벽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상이한 건축 양식을 표현하는 두 건물이 완공된 시점이 묘하게도 딱 50년의 간격을 두고 있다. 그리고 다시 또 50년이 지나서 새로 찍은 두 건물 사진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세월이 느껴지는 곳은 주차장이다. 1971년의 주차장에는 검은색 차량이 즐비하지만, 2021년에는 흰색과 은색의 차량이 가득 차 있다. 그 50년 동안 우리가 최소한 어두운 군사독재 시절은 넘어섰다는 것을, 차량의 색깔은 웅변하고 있는 것일까?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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