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카톡 금지를 법률로 강제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최근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화제가 되었다. '근무시간 외 카톡(카카오톡) 금지법안'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 이번 개정안엔 나름 선량한 의도가 담겼다. 실제 법률 조문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는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이외에 전화, 전자문서,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업무에 관한 지시를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하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업무방식이 확산하면서 근로시간 외의 업무지시가 통신수단을 통해 이뤄지는 것은 분명 '직장갑질'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어떤 직장문화를 법률에 명시해 금지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나는 이 법률안을 보며 1970년대 유신 시절의 '가정의례준칙에 관한 법률'을 떠올렸다.
당시 법률은 '가정의례에 있어서 허례허식을 일소하고 그 의식절차를 합리화함으로써 낭비를 억제하고 건전한 사회기풍을 진작함을 목적'(제1조)으로 제정됐다. 금지된 허례허식 행위에는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개별적으로 고지하는 것이나 화환이나 화분 등의 장식물을 진열하거나 사용하는 것부터 경조기간에 주류와 음식물 접대까지 망라했다.
물론 이 법률을 이해하기 위해선 1970년 한국의 1인당 GDP(국민총생산)가 254달러로 최빈국 수준이고 1960년대 국민총소득 기준으로도 아프리카 가봉보다 소득수준이 떨어졌다는 역사적 사실 역시 기억해야만 한다. 1966년 필리핀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도 필리핀만큼 잘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하니 '허례허식'에 쓰이는 국민경제의 낭비를 막는 것이 국가정책의 우선순위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법률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도 기억해야만 나름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1969년 제정된 이 법률은 대통령령인 '가정의례준칙'을 통해 혼례, 상례, 제례, 회갑연 등의 의식절차를 상세히 규정해놓았다. 그러다 헌법재판소가 1998년 경조기간에 주류 및 음식물 준칙 위반자에게 벌금을 과하는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함으로써 사실상 운명을 다하게 된다. 그 후엔 우리가 기억하는 바와 같이 법률과 준칙의 실질적 내용들이 모두 사문화됐다. 다만 지금도 '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화석과 같은 법률이 존재하긴 한다.
다시 카톡 금지법안으로 돌아오자. 일단 이 법률 조항은 개정안대로 입법이 되더라도 원래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기술적 문제가 존재한다.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업무에 관한 지시를 금지하는 대상을 '사용자'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통상 근로자에 대한 업무지시는 직근 상사인 근로자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위 법률 조항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입법례는 이미 2019년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조항을 규정한 같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선례로 남아 있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를 괴롭힘 처벌 대상으로 함께 규정한 것이다.
사실 카톡 금지법안의 내용은 괴롭힘 금지 조문의 해석에 포섭될 수 있으므로 중복입법에 해당하며 근본적으로는 '직장예의준칙'을 명시적 법률 조항으로 입법하는 문제가 있어 과잉입법에 해당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아가 조문 내용 중 통신수단을 통한 업무지시의 반복성과 지속성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내용도 담고 있지 않아 법률 해석을 법원에 온전히 맡기는 문제도 있다.
강조하자면 현실의 작업장에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작업지시가 남용됨을 지적하는 진단은 옳다. 그렇다고 모든 인간 행위와 예의를 법률 형식을 통해 규제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정치의 영역에 과도하게 침투한 법률이 이제 일상의 생활세계까지 지배하도록 둬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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