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R&D 강국의 기술 도둑

송민근 2022. 9. 1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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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연구개발(R&D)에 미친(crazy) 나라입니다." 국내를 찾은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하다가 들은 얘기다. 이 CEO가 이렇게 표현한 이유는 기업과 정부가 한 팀처럼 R&D에 매진하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R&D 투자액 비율은 한국이 1.09%로 세계 1위다. 민간을 포함한 전체 R&D 투자액 비율도 이스라엘에 이은 세계 2위다. 정부 투자와 전체 투자가 모두 최상위권에 드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R&D 예산을 30조700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 예산 29조7770억원에서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전반적인 긴축예산 기조에도 불구하고 R&D 예산은 유의미하게 늘린 것이다. R&D로 기업을 뒷받침한다는 의지가 읽힌다.

기업의 노력에다 정부의 전폭적인 R&D 지원이 더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미래 유망 기술 분야에서는 해외 기업들과의 현지 합작사(JV) 설립 논의도 활발하다.

문제는 이렇게 국민 혈세를 들여 쌓은 공든 탑을 노리는 '기술 도둑'들이다. 국정원은 최근 5년 사이 적발된 기술 유출 시도가 22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술 도둑은 해외에만 있지 않다. 국내 기술을 유출하려는 한국인이나 마땅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해외로 기술 수출을 시도하는 사람도 기술 도둑에 해당한다.

산업기술보호법 1조는 이 법의 목적을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하고 산업기술을 보호함으로써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 기술 보호에 앞서 더 강조된 것이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이다. 산업기술보호법 1조를 국내 기업인들도 새겨들어야 한다. 혈세가 투입돼 만들어진 기술이 외국인 또는 해외 기업에 유출된다면, 혈세로 죽을 쒀 남 주는 꼴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부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재정을 투입해 만든 기술이 해외로 유출된다면 밑 빠진 독에 세금을 부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경제부 = 송민근 기자 stargaze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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