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전 수출, 사막에서 이젠 유럽으로

2022. 9. 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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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나라가 첨단 과학의 집성체인 원자력발전을 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하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고리1호기가 가동됐지만 미국에서 지어준 원전이었고, 우리는 운영할 수 있는 능력도 부족했다.

4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원전 수출국이 되었다. 정확하게 대비해서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1903년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어차'가 도입된 이후 1966년 브루나이에 버스 1대를 수출하기까지 무려 60년의 시간이 걸린 것을 보면 우리 원전 기술의 발전은 생각보다 빠르다.

빠르지만 탄탄하다. 우리의 수출형 원전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취득하며 안전성을 세계적으로 입증받았다. 특히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NRC 인증을 받은 것은 우리가 유일하다. 다른 원전 선진국들도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이러한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우리 회사는 최근 이집트에 엘다바 원전 2차측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엘다바 원전이 지어지는 지역은 사막이다. 이 때문에 원전 건설 여건이 녹록지 않다. 모래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지형에 맞춘 특수 설비들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사막 최초 원전인 UAE 바라카 원전을 통해 이러한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능력을 해외에서 눈여겨본 것이다. 사막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하며 사우디 등 중동에 부는 원전 붐에 우리나라의 추가 수출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에너지가 전략적 무기가 되며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가 중요한 화두다. 그리고 동시에 전 지구적 과제인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도 달성해야 한다. 원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체코는 운영 허가가 만료되는 기존 원전을 대체하기 위해 두코바니 지역에 사업비 8조원 규모의 원전 1기 건설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올 11월 제출을 목표로 입찰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4년 최종 사업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체코는 최대 3기의 추가 신규 원전을 검토하고 있어 이번 1기의 원전을 수주하게 되면 향후 다른 원전 수주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폴란드는 국가 에너지 정책에 따라 총 6~9GW 규모의 신규 원전 6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우리 회사는 지난 4월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제는 유럽이다. 프랑스 아레바는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자국 내 보글 원전의 공기를 수년간 지연시켰다. 우리는 사막이라는 악조건에서도 주어진 공기대로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한, 그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은 레퍼런스를 갖고 있다. 안전성, 기술성, 여기에 경제성까지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는 매력적인 수출국임이 자명하다. 이번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주를 기폭제로 발주국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해 유럽에도 K원전이 건설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에너지원이 부족한 작은 영토에, 땅에 묻힌 기름도 없고, 바람도 약하다. 에너지는 써야 하는데 당최 없었다. 그래서 배워온 게 원전이고 몇십 년 만에 그것을 전 세계에 수출한다. 척박한 에너지 환경의 우리나라가 고군분투한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과거 연구실에서 가졌던 나의 의문들이 얼마나 부질없었나. 그날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운영까지 세계 최고가 되었다." Miracle Again!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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