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애인에 관심 커졌지만 예산지원 아직 멀어"
장애가정 비극 매달 반복되는데
예산은 OECD 3분의 1도 못미쳐
형편 안되는 사람 무료 법률지원
'카카오 사회혁신가' 선정되기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자폐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긍정적이지만 ‘관심’만으로는 발달장애 가정의 비극을 막을 수 없습니다.”
김예원(40·사진)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는 13일 서울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발달장애 가정의 비극이 여전히 매달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현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에서 방문학자로 머물고 있다. 김 변호사는 2012년 대형 로펌의 공익 재단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이래 10년간 공익 변호사 외길을 걸었다. 2017년 1인 법률사무소 ‘장애인권법센터’를 차린 뒤부터는 수임료 한 푼 받지 않고 중증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상시 맡는 사건만 평균 50~70건이고, 많을 때는 100건에 달한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꾸준한 행보를 인정받아 최근 카카오의 사회 혁신가 지원 프로젝트인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 시즌 3에 선정됐다. 최장 4년, 매달 300만 원의 지원금이 제공된다. 김 변호사는 이 지원금을 그간 해왔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종잣돈으로 쓸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매달 지원금을 통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게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가능하다면 지역 기반 활동을 하고 계신 타 펠로들과 함께 도시 속에서 소외된 취약 계층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출생 당시 의료사고로 인해 한쪽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 당사자다. 하지만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무료로 법률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철저히 원하는 사건만 맡기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정신병원에서 성폭력을 당한 장애 여성 등 실제로 돈 한 푼 낼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분들의 사건만 맡는다”며 “하고 싶은 사건을 다 하면서 돈까지 벌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전자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장애인 변호사라는 이유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 이후 일각에서 ‘현실판 우영우’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에 대해서도 “과분한 별명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우영우에 이입해 일한 적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그는 드라마 이후에도 발달장애 가정의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놓았다. 김 변호사는 8월 24~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참석했다. 대한민국 정부도 이 자리에 보건복지부 등 대표단을 파견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상황에 대한 심의를 받았다. 복지부 측은 첫날 드라마를 거론하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무색하게 전날 밤 대구에서 어머니가 자폐증을 앓는 두 살배기 아들을 살해한 후 본인 또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김 변호사는 “장애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과 실제 장애를 갖고 그 관심만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결국 예산 부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장애인도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평범한 일상을 꾸릴 수 있도록 ‘탈시설’ 예산이 더 마련돼야 한다는 평가다. 최근 확정된 2023년도 복지부 예산에 따르면 탈시설 예산은 장애인 권리 예산으로 분류되는 약 2조 2000억 원 중 48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복지 예산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2%)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0.61%에 불과하다. 김 변호사는 “지난 정부부터 발달장애인 국가 책임을 표방했지만 여전히 한 달에 한 가정씩 죽고 있다”며 “결국 정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배정하지 않아서 생긴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같이 취약 계층의 삶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법률 지원 외에 강연, 제도 개선, 정책 연구 등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왔다. 2016년 시각장애인도 1종 보통 면허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올 7월부터는 미국 듀크대에서 형사 법제 중 범죄 피해자 지원 제도를 연구 주제로 방문학자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앞으로 1년 동안 아동 학대, 부부간 성폭력 등 외부로 드러나기 어려운 권력형 범죄 피해자들을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지원하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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