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상습수령까지..눈먼돈 된 실업급여 구멍 안막을건가 [사설]

2022. 9. 16. 00: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서부고용복지센터 앞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환 기자]
실업급여를 지난 23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수령해온 사람이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발각됐다. 그가 받아온 실업급여만 모두 합쳐 85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20년 넘게 연금처럼 실업급여를 매달 30만여 원씩 챙겨온 셈이다. 나라가 구제해야 할 실업자인지 실업급여 소득자인지 헷갈릴 정도인데, 아무리 봐도 이건 너무했다. 한두 사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해보니 최근 5년 동안 세 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아간 상습 수령자가 1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2016년과 비교하면 2만4000여 명 늘어난 수치다. 눈먼 돈으로 전락한 실업급여를 타 먹으려고 입사와 퇴사를 무한 반복하는 실업 호소인들이 폭증한 탓이다. 이로 인해 나라 재정이 낭비되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나 몰라라 방관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반복 수급과 부정 수급을 일삼아온 일부 양심불량자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우선 1년에 180일만 일하면 무한정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업급여를 선심성 퍼주기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실업급여 액수를 10%포인트 더 올리고 지급 기간도 한 달 더 늘렸다. 이 때문에 상습 수급자가 양산됐고, 고용보험 재정이 급속도로 무너졌다. 6개월만 일하면 최대 9개월에 걸쳐 최저임금을 웃도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놓으니 취업과 근로 의욕이 꺾이는 건 당연했다. 구직 활동을 지원하는 실업급여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취업을 가로막는 역기능만 한 셈인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임기 내내 퍼주기 실업급여를 고집하던 문 정부가 지난해 말이 돼서야 5년 내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게 되면 지급액을 50% 감액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민심을 거스르는 법안들은 그렇게도 잘 해치우던 국회가 개정안에 대해선 노동계 눈치를 보느라 좌고우면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한 푼의 혈세라도 아껴야 할 상황인데도 국고 손실 구멍을 막지 않는 건 국회의 직무유기다. 국회가 일 좀 하도록 국민들이 채찍을 드는 수밖에 없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