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이재명 대표는 '라이언 일병'이 되려하나
최고의 선당후사(先黨後私)는...이재명 대표 가치가 당보다 클 수 없어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추석 연휴 직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한 경기남부경찰청은 연휴 직후인 13일 이 대표를 ’성남 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당시 성남FC 구단주로서 두산건설로부터 55억 원 상당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평을 상업 용지로 변경해달라는 민원을 해결해준 혐의를 받는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첫 고발 때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됐으나 지난 대선 과정에서 수사가 재개됐다.
민주당은 추석 전부터 ‘맞불’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발의’로 역공을 펼치며 이른바 ‘이재명 죽이기’라는 ‘정부여당의 '정치탄압’을 내세운다. 특히 ‘김 여사 의혹’‘이재명 죽이기’ 등에 대한 비판적 추석 민심을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연휴 이후 역공의 성적표는 한마디로 흥행 실패로 귀결된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대한 역공 의도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대표는 이외 대장동·백현동 개발특혜,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등 10여건의 의혹으로 수사 받고 있다. 측근인 이화영 킨텍스 사장은 쌍방울그룹에서 제공한 법인 카드로 1억여원을 사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수사에는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투트랙 전략'으로 정부 여당을 향한 공격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구사하는 듯하다. '정치탄압'을 한손에 쥐고 한편으로는 ‘민생 챙기기’를 내세워 민심을 자기편에 세우려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민생 챙기기’, 최고위원과 원내 지도부는 ‘윤대통령 부부 의혹’ 대응을 맡고 있다. 14일부터 ‘정치 탄압’에 ‘정적 제거’라는 새로운 프레임도 등장시킨다. 고도의 전략일지는 모르나 이 대표가 당 전체까지 빨아드린 ‘사법 리스크’는 ‘남의 일’인양 거리를 둔 채 ‘민생 챙기기’에 직진 성향을 보이는 것은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민생 챙기기’에는 다른 사족이 붙어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이 뒤를 잇는다. '영수회담'이라는 단어만도 이 대표는 지금까지 5번 강조했다. 민주당이 ‘당과 당 대표’가 ‘같은 몸’이면서 한편으로 ‘각자 따로’인 프레임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여겨지나 끝은 무엇인지 예측이 어렵다. 정교해보이지도 않는다. 만에 하나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여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정쟁'과 ‘퉁치기’로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일부 의원이 언급하기도 했지만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한편으로 ‘윤석열 정권은 권력 통제와 정치보복에 올인하지만 민주당은 민생 회복을 위한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과 예산을 확실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민심의 반응은 의도대로 흘러가는것 같지 않다. 최근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히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거대 야당인 민주당 전체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이 된 느낌이다. 물론 '민주당=이재명 대표'의 일체화가 이 대표의 '리스크 테이킹'에는 단기적으로 덕이 될지 몰라도 길게 보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느 정당이든 정당의 어떤 정치적 행위이든 모든 게 당 대표가 아닌 국민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사법 리스크’ 대응으로 ‘민생 챙기기’를 뒷전에 둬선 안된다는 민심의 소리도 다름아니다. 호남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연휴 기간 지역구민을 만나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말로만 민생이 아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국회 활동을 보여라’는 말이었다"고 털어놨다. 21세기 선진국에서 백주대낮에 정부여당의 행보가 야당에 대한 ‘정치탄압’이고 거대야당의 ‘대표 죽이기’라고 해도 대표보다는 당이 먼저고 국민들이 먼저다. 설령 ‘대표죽이기’가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오히려 잘됐다. 국민들이 이를 절대 묵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라는 국내에서도 꽤 알려진 미국영화가 있다. 1998년에 제작된 전쟁 영화다.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았고 톰 행크스, 맷 데이먼 등의 유명 배우들이 열연해 상영 전부터 세계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총 제작비를 7000만 달러나 들였으나 수입이 무려 북미 2억1600만달러에 해외 2억6500만 달러를 합하면 총 4억8000만 달러나 됐다. 당시 흥행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관람객이 예상에 크게 못 미쳐 국내배급사 UIP코리아가 엄청 실망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영화는 라이언 가문의 4형제 중 막내를 제외한 3명이 2차대전 중 전사한다 미 육군참모총장은 이에 마지막 남은 막내 아들이라도 살리려 8명의 팀을 편성, 라이언의 구출 작전에 펼친다. 작전은 성공하지만 구조팀의 피해는 컸다. 보다 중요한 것은 8명의 대원들은 1명의 생명이 8명의 생명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끊임없는 혼란에 빠진다는 대목이다. 라이언도 자신만의 안전한 귀향을 원치 않았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크고 매우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그래도 자산의 가치가 전통의 민주당보다 클 수는 없다. 자신을 지켜주려는 당원동지, 동료 의원들을 생각한다면 스스로 결단해야 하다. 자신이 결백하다니까 결정은 쉬울 수도 있다. 지지자들도 이를 믿고 있다. 이게 당 대표의 최고의 선당후사(先黨後私)아니겠는가? 변호사 출신의 이 대표라면 관련 의혹에 있어 법원에서 형사 사건에서 유죄 평결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측 증거가 넘어서야 하는 최고의 기준선인 '합리적 의심'도 받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는가(결백하니까). 의혹에 대한 합리적 의심의 입증 책임도 전적으로 검찰에 있고 국민들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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