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코로나 트라우마'는 남기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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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우리나라는 영국과 미국에서 화이자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것을 지켜봤다.
제기된 가장 큰 지적은 '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을 선제적으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나'였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간이 짧은 데다, mRNA(메신저리보핵산)를 이용한 새로운 형식의 백신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신중하게 접근한 것이 추정된 여러 이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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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우리나라는 영국과 미국에서 화이자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것을 지켜봤다. 2021년 1월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까지 2종을 확보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간이 짧은 데다, mRNA(메신저리보핵산)를 이용한 새로운 형식의 백신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신중하게 접근한 것이 추정된 여러 이유 중 하나였다.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미국 등과 비교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이에 1∼2개월 정도 다른 나라의 접종 진행 상황을 보며 안전성 등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하는 것처럼 1등 경쟁을 하는 분위기가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보다 결정적인 이유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트라우마’와 이로 인한 ‘보신주의’가 지목됐다. 신종플루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각국이 백신 확보 경쟁을 벌였고, 한국은 한발 늦었다. 노력 끝에 백신을 계약하고, 국내 제약사도 백신을 개발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그런데 신종플루 유행이 안정된 뒤, 정부가 백신 수요 예측을 잘못해 백신이 남아돌고, 예산이 낭비됐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감사원 지적도 받았다.
그 기억이 코로나19 선구매를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개발 전 계약했다가 개발이 실패하면 막대한 국고 손실이 발생하는데, 누구도 책임지고 적극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었다. 정부는 선구매 계약 전 감사원에 면책 여부부터 확인했다.
최근 감사원은 여러 이야기가 많았던 코로나19 백신 수급·관리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투명하고 개선된 백신 수급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올바른 처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감사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아직 진행 중인데 왜 지금인지는 논외로 하고, 당시를 되짚어볼 필요성까지 부인하진 않는다. 왜 그렇게 됐는지 의문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감사가 잘못을 지적하는 방향으로만 흘러서는 안 된다. 백신 계약 진행 과정에서 행정적으로 잘못한 누군가를 찾고, 예산 낭비를 지적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감사의 종착지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면책될 수 있는지 확인한 뒤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정부 시스템의 문제를 찾아 재정비하는 것이 돼야 한다.
신종플루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다시 코로나19를 겪고 있다. 감염병 유행 이후 의료·검역 체계 등 개선된 부분도 있었지만, 트라우마도 남았다. 미래에 새로운 감염병은 또 등장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또 다른 트라우마가 되지 않도록 발전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이진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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