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北 인권침해 책임규명 '잃어버린 5년'

2022. 9. 15.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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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서울 인권사무소장 임명
2년 넘게 공석.. 향후 행보 주목
그동안 北 인권 우선순위서 밀려
反인도주의 범죄 규명·제재 시급

2020년 7월 이후 2년 넘게 공석이었던 서울 유엔 인권사무소장직에 호주 노동변호사 출신 제임스 히넌 팔레스타인 점령지구 유엔 인권사무소장이 임명됐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이후 설치된 서울 유엔 인권사무소의 활동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9월4일 시행 6주년을 맞은 북한인권법에 따른 우리 정부의 북한 인권 침해 책임 규명 노력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먼 훗날의 정의 실현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북한의 인권 침해 억제와도 직결된다.

2014년 COI는 탈북민 진술 등을 근거로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 및 일반 수감시설 재소자, 탈북 시도자, 기독교인과 다른 ‘불온’ 인사, 식량난을 겪는 주민, 납북억류자를 상대로 반(反)인도주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였다. COI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북한 인권상황 기록을 위한 현장 기반 조직 설치를 권고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는 COI 권고를 지지하여 서울 유엔 인권사무소를 설치하였고, 안보리는 거부권을 가진 중국·러시아의 반대를 의식하여 북한 상황의 ICC 회부 결의안을 상정한 적은 없지만,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해마다 북한 인권 상황 공개 토의를 하였다. 그러나 이후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시리아·미얀마·우크라이나 등 다른 나라들에 우선순위가 밀리기 시작하여 2018년부터 안보리의 연례 북한 인권 공개 토의가 중단되었고, 급기야 지난 2년간 서울 유엔 인권사무소장직이 공석으로 남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국내에서도 COI 보고서 이전부터 1961년 서독이 동독의 인권 침해를 기록하기 위해 설치한 잘츠기터 기록보존소를 모델로 국가인권위원회·법무부·통일부에서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북한 인권 침해 기록을 추진하였다.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은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에서 1차적으로 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는 탈북민에게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이 자료를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로 이관하여 가해자 카드 등 형사절차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하도록 하였다. 독일 사례에서 보듯 인권 침해 책임 규명은 향후 책임자 기소 준비를 위해 법무부에서 맡는 것이 타당하다. 대북 교섭을 하는 통일부가 북한 관리들의 인권 침해를 기록하는 건 모순이 있지만, 정치적 타협 앞에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문재인정부 출범 후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약속했던 연례보고서 발간 계획은 실종되었다.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과천 법무부 본청에서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으로 쫓겨나고 파견 검사도 전원 복귀되었다.

북한 인권 책임 규명의 ‘잃어버린 5년’을 만회하기 위해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 유엔 인권사무소는 북한의 반인도범죄를 강제노동 문제 등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한 보고서를 내는 등 북한 인권 침해 상황을 국내외적으로 알리는 노력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새 소장은 이러한 면에서 적임자일 수 있다. 유엔 안보리도 연례 북한 인권 상황 공개 토의를 재개할 뿐만 아니라 북한 상황의 ICC 회부와 가해자들을 상대로 한 표적 제재 결의안을 상정할 필요가 있다. 중국·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지만 올 4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 76/262호에 따라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안건이 총회에서 논의되고 거부권을 행사한 상임이사국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한 인권 책임 규명 업무를 법무부 산하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조사 결과를 연례보고서 형식으로 발간하며, 유엔과의 협력을 통해 실제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수사 및 기소를 제대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유엔 총회 연설 등을 통해서도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 정치범 수용소 등 북한의 반인도범죄를 적극 제기하려는 정치적 의지 역시 중요하다. 아울러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게 입국 제한과 자산 동결 등 표적 제재를 가하는 ‘마그니츠키법’을 활용하여 북한 인권 침해 가해자들도 제재 대상이 되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차제에 우리도 유사한 법령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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