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화장실서 역무원 피살..가해자는 스토킹하던 전 동료(종합3보)
직위해제 뒤에도 내부망 접속 권한 유지..피해자 근무지 사전 파악
경찰, 첫 고소장 접수 후 구속영장 신청했으나 법원서 기각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홍규빈 윤우성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피의자에 대해 경찰이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최소 징역 5년 이상인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이 무겁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모(31)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보강 수사를 거쳐 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전날 오후 9시께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쫓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피해자를 지속해서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전씨는 오래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에 쓰인 흉기도 미리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6호선 구산역에서 일회용 승차권을 이용해 지하철을 타고 신당역으로 이동해 1시간 넘게 화장실 앞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다 범행했다. 범행 당시 일회용 위생모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흉기에 찔린 피해자는 화장실에 있는 비상벨로 도움을 요청했고, 화장실 안에 있던 다른 시민들도 비명을 듣고 신고했다. 이후 역사 직원과 사회복무요원·시민 등이 함께 전씨를 붙잡아두고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인계했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뒤 약 2시간 반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전씨는 범행 과정에서 손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유치장에 입감됐다.
피해자와 입사 동기로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전씨는 불법 촬영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만남을 강요한 혐의로 두 차례 피해자로부터 고소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7일 처음 고소됐을 때 경찰은 이튿날 전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첫 고소 직후 경찰은 피해자를 신변보호 112시스템에 등록하는 등 안전조치를 한 달간 실시했다. 다만 잠정조치나 스마트워치 지급, 연계순찰 등 다른 조치는 피해자가 원치 않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조치 기간 중 특이사항이 없었고 피해자가 연장을 원치 않아 (1개월 후) 종료했다"며 "안전조치 종료 시점에도 위험성이 계속 있으면 재심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서울교통공사에 수사 개시를 통보하면서 전씨는 지난해 10월 13일 직위해제 됐다.
직위해제 뒤에도 회사 내부망 접속 권한을 그대로 갖고 있던 전씨는 내부망 정보를 통해 올해 1월 바뀐 피해자의 근무지를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 내부망 접속 권한은 재판이 끝나고 징계 절차가 개시돼야 박탈되는 탓에 전씨의 내부망 접속이 가능했다고 한다.
공사 측은 피해자에 대한 사전 보호 조치 또한 수사기관으로부터 피해자 정보를 통보받지 않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씨가 직위해제 된 뒤에도 문자 메시지 등을 이용한 스토킹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올해 1월 27일 전씨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재차 고소했다. 경찰은 2차 고소 때는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는 혐의가 인정돼 올해 2월과 6월 각각 재판에 넘겨졌고 두 사건이 병합된 재판은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전씨의 범행으로 선고는 연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계획범죄를 입증할 단서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며 "보강 수사 후 보복 범죄로 확인되면 특가법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도 추후 논의할 방침이다.
전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6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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