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수비형 미드필더 치열한 생존게임..돌아온 손준호는 살아남을까
이재성·황인범 등 경쟁자들 '쟁쟁'
A매치 2연전, 존재감 보여줄지 주목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3)이 오는 11월 카타르 월드컵을 대비해 다양한 전술을 실험했던 지난 6월 A매치 4연전에선 예상하지 못한 약점이 노출됐다.
수비형 미드필더 ‘큰’ 정우영(알사드)이 다치자 마땅한 대체 선수가 없다는 사실이 부각됐다.
정우영이 부상으로 건너뛴 파라과이전과 이집트전에서 시험대에 오른 선수들은 실망만 남겼다. 한 달 뒤인 동아시안컵에서 수비수 권경원(감바오사카)을 끌어올린 것도 한·일전 0-3 완패로 미봉책의 한계만 확인했다.
벤투 감독이 고민 끝에 내놓은 해답이 손준호(30·산둥·사진)다. 벤투 감독은 지난 14일 9월 A매치 2연전(23일 코스타리카·27일 카메룬)에 참가할 26명의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는데, 지난해 9월 레바논전 이후 1년 만에 손준호를 불렀다.
손준호는 수비 라인을 보호하는 능력이 뛰어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다. 상대 패스의 길목을 끊어내는 동시에 역습의 시발점 노릇까지 해낸다. 사실 손준호는 지난 7월 동아시안컵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으나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바 있다. 다행히 그가 빠르게 부상을 털어내 월드컵 참가의 마지막 시험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손준호는 수비 부담을 덜면서도 공격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카드”라면서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다양한 실험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만 배치하는 전술을 선호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치열한 생존 경쟁을 각오해야 한다. 정우영이 중원의 중심을 잡고 이재성(마인츠)과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 호흡을 맞춘 기간이 길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길이다.
벤투 감독이 월드컵 본선에선 다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우영 홀로 고전했던 브라질전을 감안한다면 포르투갈과 우루과이를 상대로는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동시에 투입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후방 빌드업을 유지하려면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한국이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플랜B도 가능하다. 수비력이 뛰어나지 않은 이강인(마요르카)이 조커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뒤를 손준호가 받쳐주면서 ‘1+1’처럼 쓰는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 막바지 준비에 돌입한 벤투 감독은 이번 소집에선 부족했던 히든 카드를 맞추는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손준호의 카타르행 여부도 자신의 가치를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달렸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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