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건 없는데 지출만 늘었다..'물가 폭탄'에 내수불황 우려
실질 지출액은 0.6% 증가 그쳐
전문가들, 정부 '낙관'과 달리
4분기 민간 소비 침체 전망
지난 2분기 가계 지출액이 1년 전에 비해 6%가량 늘어났으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지출액은 0.6%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돈은 썼는데 정작 장바구니는 텅 비는 이유다.
정부는 현재 악화일로인 다른 거시지표와는 달리 내수 경기는 견조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높은 물가상승세를 고려하면 실제 내수 상황도 긍정적으로 평가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최근 호조세를 보이는 대면 서비스 소비 흐름도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르면 오는 4분기부터 민간 소비가 침체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15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명목 가계 지출액은 350만763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19만9350원) 증가한 것이다. 0%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가계 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6.6%) 이후 연달아 6%대 안팎의 높은 증가율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가계 지출 상승률(6.2%)을 고려하면 가계 지출은 2분기까지 6% 이상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연간 지출 증가율이 6%를 넘긴다면 2010년 이후 처음이 된다. 정부는 자영업자 손실보전금이나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소득 지원이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인해 최근 가계 소득이 늘면서 지출이 같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분 등을 고려한 2분기 실질 가계 지출은 1년 동안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슷한 명목 지출 증가율을 보인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당시의 실질 지출 증가율(3.9%)에 비해 크게 낮다. 명목 지출 증가율이 4.0%였던 지난해 2분기 실질 지출 증가율(1.5%)보다도 낮았다. 연간으로 보면 소비 침체로 명목 지출 증가율이 1.9%였던 2014년(0.7%)과 비슷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가계 지출액은 10년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났지만 실제 구매한 재화나 서비스 수준은 1년 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는 의미다.
정부는 소매·판매액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음식·숙박업 등 대면 서비스업의 호조를 보인다며 민간 소비가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봐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착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회복되면서 대면 소비를 비롯한 지출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이 물가 상승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질 지출은 사실은 거의 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 조치 해제로 인한 대면 서비스업 호황도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코로나19로) 눌렸던 것이 터져나오면서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는 단기적으로는 이어지겠지만 내년쯤 되면 서서히 줄어들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상 여파까지 본격화되면 서민이나 취약 차주의 소비가 본격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연말까지 고물가 수준이 유지되면 4분기 경기회복세 자체가 둔화될 우려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은 이제 시작이라 아직은 견딜만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누적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교수는 “물가 영향으로 향후에도 실질 소비가 증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는 이후 경기 상황을 제약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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