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시진핑, 우크라 침공 뒤 첫 회담..전략적 협력 강화하기로

길윤형 2022. 9. 1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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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미국의 대만 도발 규탄"
시진핑 "러시아와 계속 협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맨 왼쪽)이 15일(현지시각)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가 열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마르칸트/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두 정상은 15일(현지시각) 나란히 참석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등 다자적 틀을 적극 활용해 미국에 맞서는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가 열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만나 최근 국제정세와 양국 간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의 머리발언에서 시 주석에게 “우리 만남이 양국 관계를 심화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하게 지지하고 대만해협에서 미국이 보이는 도발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미의 관심사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중국 친구들이 보여준 균형 잡힌 모습을 높게 평가한다”며 “이와 관련한 중국의 의문을 이해하며 오늘 그에 대해 우리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은 대국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러시아와 계속 협력해갈 것”이라며 “사회적 혼란 속에서 안정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한 지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러 정상이 대면 회담을 연 것은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던 2월4일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은 당시 회담 뒤 총 15쪽에 달하는 장문의 공동성명을 통해 “두 나라 간의 우정엔 한계가 없고, 협력을 하지 못한 영역이 없다”는 각오를 밝혔었다. 또 러시아가 중국에 연간 10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는 등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했다. 이번 만남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양국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를 늘리는 등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2월 첫 만남을 가진 뒤 국제 질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부침을 겪었다. 미-중의 전략 경쟁은 안보를 넘어 경제를 포괄하는 전 영역으로 치열하게 확대되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간 유지돼온 유럽의 안보 질서는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중국은 전쟁 이후 미국이 주도한 대러 제재엔 참여하지 않았지만,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돕지도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머리발언에서부터 중국이 ‘핵심적 이익’이라 여기는 대만 문제를 언급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원한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 회의를 통해 이란·튀르키예·인도 등 존재감 있는 다른 국가 정상들과도 회담한다.

두 정상이 얼굴을 마주하는 무대가 된 상하이협력기구는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체제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2001년부터 공들여 키워온, 8개국이 참여하는 다자협력 틀이다. 두 정상은 2월 회담 뒤 공개한 공동문서에서도 “보편적으로 승인된 국제법 원칙에 기초한 다극적 세계질서를 형성해가기 위해 이 기구의 역할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미국에 맞설 수 있는 다극질서를 만들기 위해 상하이협력기구와 같은 다자 틀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강조해왔다. 앞선 6월30일 제10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법률포럼에서도 현재 세계질서가 “다극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며, 유엔, 주요 20개국(G20) 회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상하이협력기구 등을 통해 “관심 있는 국가들과 다극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두 정상의 만남에 대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시엔엔>(CNN)과 한 인터뷰에서 “전세계는 러시아에 맞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한쪽에 비켜서야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중국이 얼마나 러시아를 지원하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견제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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