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아트의 기념비" 백남준 '다다익선' 다시 켜졌다

김석 2022. 9. 15. 21: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다."

고 백남준 작가가 자신의 작품 '다다익선'의 운명을 두고 남긴 말입니다.

더 이상 브라운관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또 관리도 힘들어져 작품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이렇게 답한 겁니다.

실제 '다다익선'은 4년 전부턴 아예 불을 꺼두고 있었는데요.

오늘(15일) 천세 개의 모니터가 다시 환한 불을 밝혔습니다.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은게 아니라 예술도 더 "길게" 시대와 호흡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김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종소리와 함께 성대한 점등식의 서막이 열리고 찬란한 빛의 향연 속에서 잠들어 있던 거대한 기념비에 불이 켜집니다.

모니터 1,003대를 쌓아 올린 백남준의 대작 '다다익선'이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순간입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만든 이 작품은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의 상징이었지만, 수명을 다한 모니터가 하나둘 고장 나면서 갈수록 원형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대대적인 보존 복원 계획이 마련됐고, 제막식이 열린 1988년 9월 15일 바로 그 날짜에 맞춰 3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고쳐 쓸 수 있는 브라운관 모니터 737대는 수리하고,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된 266대는 평면 모니터로 바꿨습니다.

[권인철/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원형에 최대한 가깝게 유지하기 위해서 원래 CRT 모니터 케이스를 유지한 채 내부의 LCD 평면 디스플레이만 교체하는 식으로 복원을 완료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오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냉각설비 등 보존환경을 개선하고, 영상 8편은 디지털로 변환해 영구 보존합니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한시적으로 주 4일, 하루 2시간씩만 가동합니다.

[권인철/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모니터 중고품이나 새 제품을 지속해서 확보할 예정이고요. 다른 대체 디스플레이 연구를 지속하면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합니다."]

재가동에 맞춰 '다다익선'의 34년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회도 열립니다.

오랜 기간 축적된 다채로운 자료들은 물론 백남준 작가와 인연을 맺은 이들의 생생한 증언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이제우/영상편집:김형기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