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총선도 우파연합 승리..유럽서 더는 무시 못할 '극우' 존재감
연정 유력 세력으로 떠올라
이탈리아·프랑스서도 약진
극단주의 부상에 우려 시선
스웨덴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포함된 우파연합이 승리하며 정권을 교체했다. 스웨덴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2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우파연합 최대 세력으로 약진했다. 유럽의 ‘극우 바람’이 스웨덴까지 확산되자 국제사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스웨덴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1일 치러진 총선에서 중도당과 스웨덴민주당, 기독교민주당, 자유당 등으로 이뤄진 우파연합은 총 349석 중 과반수보다 1석 많은 176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사회민주당이 이끄는 중도좌파연합은 17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총선 공식 개표 결과는 이번 주말쯤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개표 결과가 알려지자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야당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며 15일 의회 의장에게 사임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되는 결과는 반이민 정책을 내건 스웨덴민주당의 약진이다. 20.6%를 득표한 스웨덴민주당은 중도당(19.1%)까지 제치고 우파연합의 최대 의석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우파연합 소속 자유당과 기독교민주당이 선거 승리 시 울프 크리스테르손 중도당 대표를 총리로 추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스웨덴민주당의 임미 오케손 대표가 총리까지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스웨덴민주당은 2010년 처음 원내에 진입했을 당시만 해도 유권자들과 주요 정당들의 외면을 받았으나, 2008년 금융위기와 이민자 증가 등을 거쳐오며 지지세를 빠르게 불렸다. 이번 총선에서는 ‘망명 신청 제로’ ‘외국인 범죄자 추방’ 등의 공약을 앞세워 최다 득표의 이변을 써냈다.
스웨덴민주당은 최근 인종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에서 탈피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피상적인 수준이고, 근본적인 성향은 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스웨덴의 극단주의 연구단체 ‘액타 퍼블리카’가 지난 8월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의회에 소속된 정치인 289명이 인종 차별주의나 나치 활동에 연루돼 있으며 그중 대다수(214명)는 스웨덴민주당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계에서는 스웨덴민주당과 같은 극우 정당들이 유럽에서 연이어 부상하는 현 상황에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노르웨이와 핀란드, 프랑스 등에서는 최근 수년간 극우 정당이 지지율을 높여 왔으며, 오는 25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총선에서도 극우 성향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극우 정당들은 아직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나, 20% 안팎의 지지율에 근접하면서 연립정부의 유력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의 주류 정당들은 과거 극우의 연정 참여를 배제하기 위해 암묵적인 ‘봉쇄 전략’(Cordon Sanitaire)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극우 정당의 의회 내 지분이 커질수록 집권을 원하는 주류 정당들은 이들과 연합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기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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