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값 폭등 횡재세 195조원"..EU의 러시아발 위기 '돌파 카드'로

박용하 기자 2022. 9. 1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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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기업·발전업체들에
'연대 부담' 과세안 추진 예고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석유·가스 가격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횡재세’ 등으로 1400억유로(약 195조원)를 회수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러시아의 압박에 따른 올겨울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횡재세를 꺼내든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EU 의회 정례연설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제안이 실현되면 회원국들이 1400억유로를 마련할 수 있어 에너지난 완화에 투입할 여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에는 원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기업의 과잉이익에 ‘연대 분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화석연료 가격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기업들이 EU 회원국 국민에게 재정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EU는 이를 위해 화석연료 기업들이 지난 3년간의 평균 이익보다 올해 20% 이상 이익을 내는 경우 그 이익의 33%를 연대세로 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에너지 기업에 대한 초과이익 과세는 영국과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이 이미 도입한 바 있으며, EU의 법안이 통과되면 유럽 전역에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EU가 이날 제시한 과세율은 최소한의 수준이며, 각국 정부는 필요에 따라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

EU는 태양광이나 풍력, 원자력, 석탄 등을 활용하는 발전업체들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벌어들인 초과이익도 세금으로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가스발전업체는 최근의 가스 가격 상승으로 전력 가격을 불가피하게 끌어올린 측면이 있으나, 이와 관련 없는 태양광 등 다른 발전사들도 전력 가격 상승에 따른 막대한 이익을 취했기 때문이다.

EU는 가스 외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업체들의 수익 상한을 ㎿h당 180유로(25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초과한 수익은 각국이 세금으로 거둬들일 수 있다. EU 집행위는 이번 방안이 실행되면 이들 발전업체의 전력 수익은 현재 시장 가격의 절반 이하로 제한될 것이지만, 기본적인 운영비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대책을 발표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를 위한 각국의 연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전쟁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일 뿐 아니라 우리의 에너지 공급과 경제, 가치, 미래를 상대로 한 전쟁”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패하고 유럽이 용기와 연대를 기반으로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우크라이나를 신속하게 EU 내부시장에 진입하도록 하고, EU 내 무료 로밍 지역에 우크라이나를 포함하는 계획도 내놨다. 또 우크라이나 내 학교 재건을 위해 1억유로(1391억원)를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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