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폭언에 시달렸는데 신병 비관으로"..'의문의 죽음' 7백 건 밝혔다
[앵커]
상관 폭언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병사의 죽음을 군은 신병 비관으로 몰았습니다.
또 선임병이 폭행해서 숨진 것을 쇼크사로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4년 동안 바로잡은 사건, 7백 건이 넘습니다.
이세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982년 7월 입대한 이상곤 이병.
4달 만에 부대 옥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군은 이 이병이 지병인 축농증과 빈혈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결론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의심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화금/故 이상곤 이병 누나 : "걔가 비관할 일도 없고 축농증은 알지도 못하는 일이었고. 걔는 건강한 애였어요."]
40년 만에 사건을 다시 조사한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는 중대장의 지속적인 폭언과 질책이 극단적 선택의 주된 원인이 됐다고 바로잡았습니다.
선임병의 폭행에 의한 사망을 군당국이 찬물 목욕으로 인한 쇼크 질식사로 처리하거나, 뇌종양으로 인한 병사로 조작한 사건도 진상이 밝혀졌습니다.
부대가 병사의 우울 증세를 방치해 극단 선택으로 이어졌지만, 일반 사망으로 처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신수향/故 곽동훈 일병 어머니 : "'걱정하지 마세요. 죽어 나가는 곳이 부대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그 말을 믿었죠."]
진상규명위가 오늘(15일) 활동 보고회를 열고, 지난 4년 동안 천 8백여 건을 조사해 이 중 721건의 진상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결격 사유로 제외한 사건을 제외하고 512건은 아직 조사 중입니다.
위원회 활동 기한은 이제 1년 남았습니다.
[송기춘/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장 : "별도의 다른 기구를 만들어서라도 군이 지금도 지고 있는 부당한 역사적인 평가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위원회는 사망 원인이 은폐.왜곡됐던 장병들의 명예 회복과 복무환경 개선 방안을 모색해 국방부에 권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세연입니다.
촬영기자:임동수 김상민/영상편집:이상철
이세연 기자 (s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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