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가볍게 여기는 스토킹 범죄..영장 기각 안 믿어져"
화장실 앞 시민들 추모
SNS선 공분 메시지 분출
“안전이별 못할까 불안 계속”
처벌법 실효성에 의문 제기
15일 저녁 퇴근시간이 되자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한 서울 중구 신당역 근처에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일터에서 스러진 피해자를 추모하면서 스토킹 가해가 살인으로 이어진 참극에 공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살인 사건이 발생한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과 10번 출구 앞에는 흰색 조화들이 놓였다. 오후 6시가 다가오자 화장실 앞에 추모를 위한 테이블이 설치됐다. 역사 직원은 ‘추모의 공간’이라고 적힌 종이를 출력해 테이블 앞에 붙였다. 준비한 조화를 내려놓은 뒤 짧은 목례로 마음을 표현하는 시민, 생각에 잠긴 채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시민들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눈물을 짓거나 탄식을 하는 시민도 보였다. 화장실 입구에는 ‘여성이 행복한 서울’ ‘여행(女幸) 화장실’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어머니와 현장을 찾은 대학생 김유진씨(21)는 “사건 당일(14일) 오후 8시37분쯤 (해당) 여자화장실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피의자 전모씨(31)가 피해자 A씨에게 칼을 휘두르기 20여분 전이다. 김씨는 “스토킹을 한번 당한 적이 있는데 겪어보니 무서움을 알겠더라”고 했다. 김씨의 어머니 문인정씨(50)는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정말 걱정이 많이 된다”며 “강력하게 처벌이 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스토킹 살인 범죄를 막지 못한 사법부와 수사기관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A씨를 스토킹한 전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한 것, 이후에도 전씨가 스토킹을 멈추지 않자 A씨가 경찰에 재차 신고했으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문인정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법원의 결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채은씨(22)는 “스토킹 범죄가 여전히 가볍게 여겨지는 것 같다”며 “사건이 없을 때는 침묵하다가 일어난 뒤에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고 했다.
‘강남역 살인사건’도 다시 거론됐다. 직장인 정한글씨(36)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에도 제도적, 실질적으로 변한 게 없다”며 “주변 여성 지인들에게 ‘안전이별’에 관한 경험담을 들어보면 현재의 스토킹처벌법은 실효성이 높지 않은 것 같다. 여성이 느끼는 불안감에 좀 더 공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학생 B씨(25)도 “스토킹 범죄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졌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추모와 공분의 메시지로 들끓었다.
“신당역 사건 때문에 화가 나서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마음이 비통해서 당분간 인터넷을 끊고 살아야 할 것 같다” “구속만 됐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유경선·김세훈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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