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가해자를 "착한 사람" 두둔..피해자 언니에겐 말할 곳도 없었다
“서울교통공사 안에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게 이슈화됐으면 좋겠어요. 공사뿐 아니라 다른 데도 이런 (성폭력) 건 있잖아요.”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자신을 스토킹하던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숨진 20대 여성 역무원의 동생 A씨는 15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피의자 전모씨(31)는 전날 오후 9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1시간10분가량 머물며 기다리다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쫓아가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A씨는 직장 내 성폭력과 2차 가해 등 피해자 보호가 미비한 현실을 짚었다.
그는 “직원들이 (피해자가) 우리 언니인 줄 모르고 ‘그 사람(가해자)은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누가 신고했을까’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때 직원들이 언니를 한 번 죽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니는 피해자인데 믿을 만한 사람들, 직원들 사이에서도 상처를 받아 말할 곳이 없었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공사는 경찰이 수사 개시를 통보하자 지난해 10월13일 전씨를 직위해제했다.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놓고 공사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피해자의 친척도 이날 취재진에게 “(관련 기관들이) 유족들이 납득할 만한 사건 처리 방안 등을 내고 이를 이행한 이후에 장례 절차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카가 부모님께는 (스토킹 피해에 대해) 말하지 않고, 사촌 여동생에게 남자가 스토킹하고 있고 자기를 귀찮게 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약 시간대에는 (역무원들을) 2인 1조로 근무시키는 게 필요하다. 매뉴얼이 지금까지 없었다는 게 너무 안일했던 거 아닌가 생각한다”며 “서울교통공사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와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전씨는 피해자의 고소로 지난해 10월7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로, 올해 1월27일 스토킹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각각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해 10월7일 피해자가 처음 고소한 사건을 수사할 당시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찰은 한 달간 피해자를 신변보호112 시스템에 등록했다. 그러나 잠정조치나 스마트워치 지급, 연계순찰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전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오다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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