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내용보다 '만남'에 방점..관계개선 '물꼬' 틀까
통역 빼면 15분 짧은 회담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 등
일, 한국 정부 적극성에 동조
대통령실 “흔쾌히 합의했다”
관방장관 “조율 중” 온도 차
한·일 정상이 다음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대면 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갈등 현안의 해결책이 여전히 나오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점에 양국이 공감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일 정상의 뉴욕회담은 매우 촘촘한 일정 속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밀도 있는 회담을 할 여건은 아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약 30분의 회담이 될 것을 예상했다. 통역을 빼면 15분 정도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내용보다 만남 자체의 의미가 매우 크다. 수교 이래 최악의 상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일관계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이 대면 회담을 하는 것은 2019년 중국 청두(成都)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만난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는 15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17회 제주포럼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취임 이후 줄곧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8·15 경축사 등에도 관계 개선 메시지를 강하게 보여왔다는 것이다. 한·일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다를 것이라는 일본 측 기대가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회담 성사에 중요한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 기업의 압류자산을 강제집행하지 않음으로써 직접 배상이 아닌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4차례 민관협의회 협의를 통해 의견 수렴을 해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강제동원 등 현안은 한국이 자체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고 일본과도 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정상들이 이 문제를 체크할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을 구상 중이라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갈등으로 신냉전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한·미·일 협력 필요성이 제기되고 북한이 선제공격을 포함한 자의적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하는 등 안보환경이 급박해진 것도 더 이상 한·일관계 개선을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상회담에 대한 양측 발표에는 온도차가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엔총회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흔쾌히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유엔총회 참석을 조율 중이며 뉴욕 일정은 현시점에서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양측이 정상회담 개최에 공감했으나 일정과 형식, 의제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보인다. 통상 정상회담 개최 사실은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너무 앞서 나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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