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태양광 이권 카르텔 개탄"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심진용 기자 2022. 9. 1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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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당 보조금 조사 결과 관련
전 정부 관련자 수사 확대 내비쳐
민주당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문재인 정부 역점 사업인 태양광 관련 비리 실태를 “이권 카르텔 비리”로 규정하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사법처리 가능성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태양광 사업 비리를 정조준하면서 서해 공무원 피살 및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검찰 수사에 이어 여야 전선이 확산하게 됐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국민 혈세, 어려운 분들 위한 복지에 쓰여야 할 돈이 이권 카르텔 비리에 사용됐다”며 “법에 위반되는 부분들은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리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태양광 등 전임 정부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위법·부당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는 최근 정부 발표와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지난 13일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곳을 표본으로 추려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2267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금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발전 활성화 등 전기산업 발전·기반 조성을 위해 진행한 것이다. 운영실태 점검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윤 대통령이 엄단 의지를 밝히면서 정부의 후속 조사 범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각 부처에서 인력을 파견받거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조사 대상을 확대하기로 방향을 잡고 조사 범위를 검토 중이다. 부패예방추진단 관계자는 통화에서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확대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법처리’ 직접 언급한 윤 대통령, 사정정국 전면에

태양광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기조와 맞물려 진행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부터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장하면서 태양광 사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대선 후보이던 지난달 2월 경남 창원 유세에서 윤 대통령은 “태양광이나 풍력 가지고 값싼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가”라며 탈원전과 태양광을 한데 묶어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태양광 사업 의혹을 비판하며 사용한 ‘이권 카르텔 비리’라는 표현은 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겨눈 것으로 풀이된다. 전임 정부 역점 사업에 윤 대통령이 직접 ‘사법처리’를 언급한 것을 두고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최근 ‘민생 집중’ 기조로 정치 현안에 거리를 둔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 전면에 재등장한 셈이 됐다.

야권에 대한 사정은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데다, 국민의힘은 전날 기무사 ‘계엄문건’ 의혹 관련 전임 정부 송영무 전 국방장관 등을 고발했다.

문재인 정부의 박지원·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각각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어민 북송 사건으로 현 정부 국정원에 의해 고발됐고 감사원 감사도 진행 중이다. 감사원과 국정원, 검찰 등 권력기관들이 일제히 ‘전 정부 관련 사건’을 들여다보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통해 법 위반 부분을 봐야 한다고 한 데 주목해야 한다. 기획(사정) 등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게 아니겠느냐”며 “부정하게 이득을 본 건 토해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사는) 누구를 처벌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도 같은 것을 잘 바꿔도 되겠다 하는 차원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국 경색은 불가피해 보인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태양광 사업 비리에 대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또다시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불법으로 못 박아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개월이 넘도록 전 정부를 파헤치고도 부족했나”라며 “전 정부를 공격해 무능과 실정을 감추려는 것인지 참담하다”고 했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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