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조합장부터 브로커까지 제 호주머니만 불릴 때..모든 게 무너졌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던 시민 9명이 붕괴된 5층 건물에 깔려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친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1년3개월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모두 34명을 입건했다. 일부는 재판을 받고 있고, 일부는 검찰 송치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면 ‘참사’는 예견된 것이었다. 사업을 추진한 재개발조합 조합장부터 시공사, 하청업체까지 모두 규정을 무시했다. 5000억원이 넘는 사업비는 곳곳에서 새 나가며 이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15일 광주경찰청은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각종 비위를 주도한 혐의(업무상 배임·뇌물수수 등)로 조합장 조모씨(75)와 정비사업관리업체 대표 성모씨(56)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수사를 보면 이들은 주택재개발 사업을 통해 개인의 부를 쌓는 데 집중했다.
경찰은 조씨가 붕괴사고가 발생한 학동 4구역 이전에 학동 3구역 재개발조합장을 맡으면서 사업 마무리의 대가로 아파트 2채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또 무허가업자로부터 5000만원짜리 소나무를 5억원에 사들이는 등 조경 비용을 과대 책정해 조합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성씨는 학동 4구역에 있는 광주시 소유 주택을 무허가로 둔갑시켜 조씨 가족이 실제 거주자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이들이 분양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재개발 사업에는 돈을 노린 ‘브로커’들도 판을 쳤다. 브로커들은 재개발과 관련한 각종 공사 수주를 내세우며 하청업체들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 사업과 관련해 경찰에 입건된 브로커만 4명이나 된다. 재개발조합 관계자 5명과 현대산업개발 등 시공사와 협력업체 관계자 19명도 각종 비위 행위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같은 비위로 인해 재개발을 위한 철거 현장에서는 안전한 공사를 위해 쓰여야 할 금액이 사라졌다. 최초 50억원으로 책정됐던 건물 철거 비용은 하청과 재하청을 거치면서 광주의 한 영세 건설업체에는 최종적으로 9억원에 맡겨졌다. 관할 구청은 ‘무작위 추출’로 선정해야 할 감리를 지명했고, 감리자는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시민들은 학동 참사를 일으킨 비위 행위자들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철거공사 관계자 7명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난 7일 1심 법원은 하청업체 관계자들에게만 실형을 선고했다.
원청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은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시민사회는 ‘학동 참사’가 주택재개발 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모두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참여자치21은 성명을 통해 “시행사인 재개발조합과 정비업체, 시공사가 결탁해 재개발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게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면서 “불법계약과 불법적인 재하도급 등 고질적 문제와 함께 재개발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인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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