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 쌓고, 추수 앞둔 논 갈아엎고..쌀값 폭락에 거리로 나온 농민들
가을 추수철을 맞은 농민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물가는 폭등하고 있지만 유독 쌀값은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나락을 적재해 대정부 투쟁에 들어갔고, 가을걷이를 앞두고 있는 벼를 갈아엎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은 15일 전북도청 앞에서 대정부 투쟁 결의대회를 열어 생산지에서 싣고 온 나락을 청사 앞 대로변에 쌓았다. 농민들은 “물가 폭등으로 나라 전체가 신음하고 있고, 농민들 또한 농자재값 폭등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또다시 물가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수입을 통해 쌀값을 낮추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쌀 20kg이 4만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하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구곡처리에 늑장을 부린 탓에 생긴 문제인데 이를 수입으로 해결하다는 것은 농민들을 더 궁지로 몰아넣고 기만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농민들은 “현재의 쌀값 폭락 상태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돼 윤석열 정부에서 굳어졌다”면서 “정부는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시장격리를 의무화하고, 농가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북도연맹 관계자는 “전북에서 시작된 나락적재 투쟁은 전국 지역 연맹별로 확산될 것이며 농민궐기대회와 농기계 대행진, 논 갈아엎기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올가을 농민들은 어느 해보다도 혹독한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쌀값 대책을 촉구했다.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다시 전면 투쟁을 선포한 것이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은 함안 가야읍 소재 2000여㎡의 논에서 다 익어가는 벼를 갈아엎으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농민들이 벼를 갈아엎은 것은 전남, 전북에 이어 세 번째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를 비롯해 전국 8개 광역시 도지사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쌀값 대책을 촉구했다.
농민 반발에다 도지사들까지 나서게 된 것은 유례없는 쌀값 폭락이 원인이다. 지난달 15일 기준 전국 산지 쌀값은 20㎏들이 정곡 1포대당 4만2522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4%(1만3108원) 급락했다. 국민들의 쌀 소비가 감소하는 데다 최근 조생종 논벼에 이어 만생종 수확도 임박하면서 쌀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국 농협 쌀창고에 쌓아둔 구곡(묵은쌀)은 포화상태다. 구곡은 지난 7월 말 기준 총 42만8000t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1%(19만1000t)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농 전북도연맹 주영태 정책위원장은 “우리의 심경은 농민을 조롱하는 모든 작태에 맞서 한치의 물러섬 없이 싸워 나가겠다는 것”이라면서 “쌀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밥 한 공기 300원을 보장하는 등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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