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 "진짜 수리남 같죠? 제주에 세트 짓고 길까지 뚫어"

최보윤 기자 2022. 9. 1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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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윤종빈 감독./ 넷플릭스 제공

“지금껏 작품 하면서 가장 많은 연락을 받은 것 같아요. 초등학교 동창부터 제 차량 보험 담당하시는 분까지 정말 전화 많이 받았어요. 영화 개봉하는 것과 달리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보는 게 실감이 나요.”

15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의 윤종빈 감독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제가 평소에 좋아한 할리우드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도 리뷰를 올린 것을 봤어요.” 공개 5일 차 기준으로 국내 시청자 수로는 ‘역대급’이라는 소식도 넷플릭스 측으로부터 들었다. 2012년 47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477만명을 끌어모은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2014), 497만명 넘게 본 영화 ‘공작’(2018) 등을 찍은 흥행 감독이 “엄청나다”는 단어를 몇 번이나 썼다.

‘한국인 중남미 마약왕’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브라질 북부 인구 약 60만명의 작은 국가인 수리남에서 벌어진 마약 범죄 사건을 그린 6부작 시리즈다. 윤 감독의 드라마 도전은 이번이 처음. 그와 여러 작품을 함께한 배우 하정우를 비롯해 황정민, 박해수, 장첸 등이 굵직한 연기를 펼친다. 공개 사흘째인 지난 12일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8위에 안착하더니 5일 만에 3위까지 치고 올랐다.

전 세계 시청자를 ‘엄청난 속도’로 사로잡았지만, 정작 윤 감독은 촬영하는 내내 ‘찍을 순 있겠나’ 하는 고민에 스스로와 사투를 벌였다. “코로나로 해외 촬영이 어려워지면서 모든 것이 벽에 부딪혔어요. 남미가 아닌데 남미처럼 꾸며야 했을 때, 눈물이 나려 하더라고요. 관객들이 제대로 받아들여줄까, 재연 드라마 같아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절망감이 들었죠. 한국으로 외국인 배우를 데려오는 것도 어려워 영어 강사들까지, 어지간한 국내 외국인 연기자들은 다 접촉해본 것 같아요.”

수리남의 한장면./넷플릭스

촬영을 위해 제주도에 건물을 짓고 길을 냈다. 식물도 키웠다. “9개월간 촬영하면서 마지막에는 육체적으로 정말 바닥이 나더라고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을 달고 살았어요. 코로나만 빼고 다 걸린 거 같아요. 아파도 안 아파야 했죠(웃음). 시리즈물 연출을 혼자 덤벼든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거라고는 상상 못 했어요. 박찬욱 감독님께 연락드려 ‘왜 감독님들이 시리즈물을 나눠서 연출하시는지 알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그러면서도 “시리즈물은 기회가 되면 또 하겠다”고 말했다.

작품이 흥행하면서 논란도 생겨났다. 수리남 정부에서 마약 국가 이미지로 비치는 것에 대해 제작사에 법적대응 가능성을 내비친 것. 이날 질문이 나오자 그는 “이 문제만큼은 노코멘트”라며 “제작사에 문의해달라”고 말을 아꼈다. 대신 “특정 국가나 단체의 명예 같은 것들이 표현의 자유와 상충될 수 있어 창작자로서 무척 고민했다”고 말했다.

남성 향기 짙은 드라마를 주로 연출한다는 평을 받아왔다. 짙은 부성애가 작품 전반에 깔려 있기도 하다. 특히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소시민 강인구(하정우)의 역할에 대해 ‘K-가장’이라는 애칭도 붙었다. “돈 앞에서 흔들리기도 하지만 가장이기 때문에,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자 선을 넘지 않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뛰어난 연기력 갖춘 젊은 여성 배우들이 정말 많다. 다음 번엔 꼭 여자 배우를 내세워 촬영하겠다”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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