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가박물관, 논란된 한국사 연표 철거키로.."향후 소통 촉진"(종합2보)
외교부 "中, 의도 없음 명확히 해..'역사문제 2004년 공동인식' 재확인"
(경주·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예나 기자 = 중국 국가박물관이 한중일 고대 유물 전시회에서 고구려와 발해 내용을 빼 논란이 된 한국사 연표를 철거하기로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5일 "중국 국가박물관으로부터 현재 진행 중인 특별전 '동방길금(동방의 상서로운 금속) -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에 게시된 한국사 연표를 철거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중국 측은 그간 가장 문제가 되었던 특별전의 한국사 연표를 우선 철거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외교 경로를 통해 오늘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언론 보도를 통해 연표 문제가 알려진 지 이틀 만이다.
박물관은 이날 오전 중국 측이 한국사 연표 부분을 즉각 시정하지 않을 경우 한국 측 전시실에 대한 전시 관람 중단을 요구하고 전시품을 조기에 철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물관은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항의 서한을 중국 측에 보냈다"며 "오늘 오후 중국 측으로부터 연표 전체를 철거하겠다는 내용의 서신을 받았고, 오늘 중으로 철거하겠다는 담당자 메일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향후 두 박물관이 계속 우호적으로 협력하고 소통을 강화해 한중 양국의 우익 증진을 위해 협력하기를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에 국보인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을 포함한 14건(15점)을 냈다.
박물관 관계자는 전시품 가운데 고구려와 발해를 포함한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 없다는 일부 지적과 관련, "한국만의 독자성과 차별성, 문화재적 가치, 유물의 안전성 등 3가지를 중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전시를 비대면 방식으로 준비한 것을 두고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물관 측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국제 전시를 준비할 때 학예연구관이 오가는 게 정석이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한중일 3국이 화상으로 협의해왔다"고 전했다.
외교당국은 앞으로 유사 사례 재발 방지와 이번 사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양국 국립박물관의 관련 소통을 촉진하기로 했다.
중국 국가박물관은 한중 수교 30주년과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중일 공동 특별전을 했으나,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한 한국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 부분을 빼 논란이 일었다.
역사와 관련한 사안은 학술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한중관계와 한국 국민의 대중국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외교당국도 이 사건의 파장을 주시해 왔다.
각급 외교채널로 중국 측에 유감을 표하고 즉각 시정조치를 취할 것,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다.
중국 측은 이번 건이 어떤 의도에 의해 추진된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아울러 "(중국 측은) 필요한 조치를 통한 문제의 복잡화 방지 등 '역사문제 관련 2004년 한중 간 공동인식'에 대한 외교부 등 중국 정부의 존중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음을 거듭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역사문제 관련 2004년 한중 간 공동인식'은 2004년 중국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관련해 한중 정부가 합의한 5개 항의 구두 양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양국의 구두양해 사항에는 역사문제로 한중 우호협력 관계의 손상 방지에 노력하고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에 노력하며, 고구려사 문제의 공정한 해결을 도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정치문제화를 방지한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또 중국 측은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에서의 고구려사 관련 기술에 대한 한국 측의 관심에 이해를 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감으로써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었다.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의 이날 방한을 앞두고 한중 양국이 갈등 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논란이 된 한국사 연표를 고구려와 발해 내용을 넣는 방식으로 수정한 게 아니라 아예 철거하기로 한 것도 일단 사태를 봉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는 "앞으로 이 건 관련 진전 동향을 계속 주시하는 한편, 재외공관 등을 통한 역사문제 관련 모니터링 및 국내 유관부문과의 긴밀한 공조 아래 대응 등 관련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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