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찰은 없이 '윤심 눈치보기' 바쁜 여당 원내대표 선거
호남에 지역구를 둔 재선 이용호 의원이 15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이 의원은 탈계파·변화·정치복원을 공약하고, “당이 위기일수록 경선을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출마로 권성동 원내대표와 친윤석열계 초·재선이 힘을 실어온 ‘주호영(전 원내대표) 추대론’은 물 건너가고, 오는 19일 치러질 선거는 경선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집권당 원내대표 뽑는 선거를 나흘 앞두고서야 첫 출마자가 나온 것 자체가 유례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자천타천 거론돼온 3·4선 중진들은 물밑 저울질만 계속하고, 주 전 원내대표는 “전체 상황을 보고 있다”며 출마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선거 코앞까지 ‘윤심’만 살피는 극도의 혼돈에 빠져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은 엄중하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5개월 만에 중도 교체되고, 오는 28일엔 뒤늦게 당헌까지 고쳐 세운 정진석 비대위원장 체제도 법원의 가처분 심문에서 법적 효력이 결정된다. 정진석 비대위 출범도 무산되면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원내대표 선거를 28일 법원 결정 이후로 미루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새 원내대표 위상과 역할이 유동적인 데서 비롯된다.
이 난맥상의 책임은 1차적으로 권 원내대표에게 있다. 그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내부 총질 당대표(이준석)’ 문자 메시지를 직접 받은 집권당의 실세였다. 작금의 비대위 혼선도 사실 그의 오판으로 빚어졌다. 이준석 전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사고’로 규정해 직접 당대표직무대행을 맡았다가 뒤늦게 당 안팎에서 리더십을 잃자 ‘비상상황’이라며 비대위로 가려다 법원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윤핵관’ 원내대표의 사퇴는 당연한 귀결이다. 그럼에도 곧 물러날 권 원내대표와 친윤계 초·재선 의원들은 ‘주호영 추대’로 바람잡고, 원내대표 후보등록일(17일)이 임박할 때까지 서로 눈치만 보며 이합집산하는 선거판을 만들고 있다.
민생·경제·외교 할 것 없이 난관에 봉착해 있는데, 여야 협치는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기국회를 이끌 여당 원내사령탑의 역할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좌초한 윤핵관 원내대표를 반성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폭락한 현 상황을 성찰하면서 무엇을 바꿀지 고민하고 경쟁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윤심 눈치보기가 아닌 비전을 겨루는 경선을 치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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