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역제안' 거절 명분없는 李.. 회담성격 바뀌면 '실리' 줄듯

임재섭 2022. 9. 1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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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1대 1 회동'을 여러 차례 제안했음에도 본전을 챙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 측이 되레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함께하는 다자회담을 역제안하자 이 대표가 되레 '외통수'에 빠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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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왼쪽에서 3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14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1대 1 회동'을 여러 차례 제안했음에도 본전을 챙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 측이 되레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함께하는 다자회담을 역제안하자 이 대표가 되레 '외통수'에 빠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5차례나 '조건 없는 민생 영수회담'을 선(先) 제안한 만큼 역제안을 거절할 명분이 없어졌지만, 시점과 형식에 따라 회담의 성격이 변하게 되면 이 대표가 챙길 수 있는 '실리'는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 의도대로 끌려가는 구도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대통령실이 거듭되는 회담 제안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정부를 향해 이 대표의 회동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당 대표의 거듭되는 회담 제안에도 윤 대통령은 '여야 상황이 정리된 뒤 조속히 만나자', '해외순방 다녀오고'라며 의미 없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며 "민생 걱정에 야당 대표가 거듭 회담을 요청하는데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뒤로 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말은 똑바로 해야 한다. 여야 상황 안정이 아니라 여당 상황의 안정"이라며 "본인이 엎지른 물을 주워 담지 못하면서 왜 정치권 핑계를 대는 것이냐"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원·달러 환율 1400원 근접 등 경제위기 △금리·물가 인상 등 민생위기 △폭우·태풍 피해 등을 언급하면서 "이 대표는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고 조건 없이 만나자 했고, 민생을 위해 못 할 일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 순방(18~25일) 이후 정당 대표들을 두루 만나는 형식의 만남을 역제안한 것에 대한 답변 격이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국회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후 기자들에게 "순방을 다녀와서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만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조건없는 만남'을 강조하면서도 전날 대통령실이 말한 다자회담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1대 1 회동을 재압박하며 완곡하게 거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이 대표가 그간 민생을 강조하며 5차례나 영수회담을 선(先)제안한 만큼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이 '민생을 논의할 것'이라며 만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음에도 거부 의사를 보인다면 윤 대통령과 만남보다 형식을 더 중요하게 여겨 거절한 형국이 된다. '민생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던 이 대표의 진정성에도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순방 후 다자회담'을 덥썩 받아들기도 어렵다는 데 있다. 이 경우 회담 구도는 자연스럽게 민생 외에도 윤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공유하고 여야 협치를 논의하는 성격의 자리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대표가 당초 의도했던 '윤 대통령과의 1대 1 구도 형성' 등 실리를 얻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자칫 이 대표가 딜레마 속에 윤 대통령 의도대로 끌려갈 수 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 구도가 계속될 경우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앞에서는 '만나자'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서로 완곡하게 거절하는, 묘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 또한 현재 상황에서는 이 대표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있는 등의 문제를 생각하면 양자든 다자든 지금은 만나기가 껄끄러울 것"이라며 "여당의 상황 정리 또한 1달도 더 남아 완곡하게 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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