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다다익선', 다시 반짝이다.. "영원성의 역설"
비디오 아트의 선각자이자 시간을 지휘하는 ‘예술깡패’ 작가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탄생 90주년을 맞이하여 재가동한다.
15일(오늘)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는 《다다익선: 즐거운 협연》 전시에 앞서 같은 날 오후 국현 주재 언론공개회가 진행됐다. 이날을 시작으로 백 작가의 비디오탑이 전시장 중앙램프를 환하게 밝힐 예정이다.
행사에 참석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다다익선’은 1,003대의 모니터가 활용된 백남준 작가의 대표작이다. 그동안 캄캄하게 자리를 지키던 설치물이 마침내 불을 밝히게 되어 기쁘다”라며 “이번 재가동이 전 세계 백남준의 작품 보존에 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내년에는 복원 작업 과정을 백서로 출판하여 비디오 아트의 선구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다익선>은 ‘88서울올림픽’ 등 국가적 행사를 기념하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건축 특성에 맞게 기획된 대규모 영상설치 작품으로, 10월 3일 개천일을 상징하기 위해 총 1,003대의 브라운관(CRT) 모니터가 활용됐다.
그러나 대량의 모니터가 사용된 만큼 잔고장과 기술적 결함은 피해갈 수 없었다. 2003년에는 모니터를 전면 교체하며 약 30년간 수리를 반복했으며, 결국 2018년 2월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국현은 작품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되 불가피한 경우 디스플레이 기술을 도입하여 3년간의 대대적인 보존·복원 사업을 완료했다. 특히 손상이 심한 737대는 중고를 수급하여 대체했으며, 상단의 266대는 새로운 평면 디스플레이(LCD)로 교체했다.
이날 보존·복원 경과 브리핑을 맡은 권인철 학예연구사는 “‘다다익선’이 30년 이상된 작품이기 때문에 설치 당시 기자재의 생산은 이미 중단됐거나 중고품도 소진되어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재 대체 완료한 CRT 모니터들 역시 언제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다”라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가동 시간을 주 4일, 2시간으로 잠정 결정했으며, 이후 작품 상태를 최우선으로 하여 탄력적으로 작동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텅 빈 로톤다 ▲NJP Ⅰ,Ⅱ,Ⅲ ▲고장난 TV ▲움직이는 아카이브 총 4개 영역으로 채워졌다.
먼저 <한국으로의 여행>(1984) 다큐멘터리를 시작점에 설치해 그의 내한과 국내에서의 활동기를 관망하도록 했다. 이어 작품과 관련된 소장자료 200여 점과 김원, 이정성, 폴 개린(Paul Garrin), 박윤행 등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구성하여 이번 전시의 부제 ‘즐거운 협연’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다다익선> 완공 이후 지금까지 내구연한 문제를 처리한 국현의 전반적인 운영 시스템과 연구 성과 등을 영상으로 기록하여 순조로운 작품 감상을 돕고 뉴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켰다.
후반부에는 백 작가의 작품세계를 오마주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장영규의 <휘이 댕 으르르르르 어헝>(2022)부터 57스튜디오의 <바이 바이 얼리버드>(2022), 우종덕의 <다다익선>(2019), 조영주의 <디어 마이 아티스트>(2022), 이은주의 <백남준 초상>(1992) 등을 공개해 신구세대의 통합과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융합을 관철시켰다.
이에 이지희 학예연구사는 “아카이브는 지난 것에 대한 기록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억을 손끝에 만져지게 하는 것이 아카이브전의 힘”이라며 본 전시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는 백남준의 축제를 즐기기 위한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다익선>은 웅장한 비트에 맞춰 아래에서 위로 무지개 댄스를 선사했다. 곧이어 전체 점등 후 신시사이저 영상이 상영되자 곳곳에서 환호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특별히 재가동을 기념하여 2008년 사물놀이 퍼포먼스를 떠올리게 하는 창작그룹 노니의 행위예술 <다시 연결된 신호>도 병행됐다. 이들은 다채로운 색과 빛을 소재로 브라운관의 형광체를 묘사하는가 하면, 시대별 코스튬을 달리하여 시간과 공간을 유기하는 미디어를 형상화했다.
이진주 기자 lzz422@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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