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국장' 기시다 총리의 어긋난 정치적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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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가 이달 27일 도쿄 부도칸에서 진행될 예정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 문제로 시끄럽다.
논란이 되는 아베 전 총리의 국장 결정을 되짚어보면, 좀 의아한 면이 있다.
아베 전 총리의 비극적 죽음을 '애도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국장은 일본에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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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특파원 칼럼] 김소연 | 도쿄 특파원
일본 사회가 이달 27일 도쿄 부도칸에서 진행될 예정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 문제로 시끄럽다. 서명운동, 집회, 법률 대응 등 반대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도 역대 최저치인 41%까지 추락했다.
논란이 되는 아베 전 총리의 국장 결정을 되짚어보면, 좀 의아한 면이 있다. 아베 전 총리는 7월8일 참의원 선거 후보지원 유세 중 총격으로 숨졌다. 6일 뒤인 14일 국장이 결정됐다. 일본 언론은 국장과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어 정부 안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있었지만 기시다 총리가 밀어붙이면서 실현됐다고 보도했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신중한 기시다 총리의 평소 스타일을 생각하면, 초고속 판단이다. 하지만 정작 국장은 두달을 훌쩍 넘겨 사망 81일 뒤에 치른다고 발표했다. 전후 최초이자 유일한 국장 사례인 요시다 시게루(1878~1967) 전 총리의 경우 사망한 지 11일 만에 장례식이 치러졌다.
여기엔 기시다 총리의 두가지 정치적 노림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국장 결정은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와 보수우익 세력을 염두에 둔 행보다.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아베 전 총리에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예우를 해준 것이다. 온건파인 기시다 총리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국장까지 석달 가까이 간격을 둔 것은 ‘조문 외교’를 겨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국 정치 지도자 등 귀빈들이 최대한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미쿠리야 다카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인터뷰에서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정권 시절 4년7개월이나 외무상을 지냈다. 외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국장을 계기로 각국 정상들과 관계 강화를 도모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의 비극적 죽음을 ‘애도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국장은 일본에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16억6000만엔(약 162억원)이라는 장례비용을 100% 세금으로 충당하고, 국가 전체가 추모에 나서는 국장의 특성상 가장 기본 조건은 국민의 동의다. 문제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뚜렷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9월 총리직을 사퇴한 뒤에도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을 이끌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한 현역 정치인이었다.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라는 객관적 사실을 제외하고 국장을 치를 정도의 정치지도자인지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 요시다 전 총리의 경우 국장이 치러진 시기가 총리직을 그만두고 13년이 지난 뒤라, 일정 정도 역사적 평가가 이뤄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한계가 있는데도 국회 논의조차 없이 각의(국무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국장이 결정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국장이 2주 정도 남은 10~11일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국장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6%로 찬성(38%)보다 18%포인트나 높았다. 이달 1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장이 예정된 것도 기시다 총리에겐 부담이다. 추모 분위기뿐만 아니라 각국 정상들이 대거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인 만큼 ‘조문외교’도 대비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결정했다고 국장이라고 한다면, 형식은 국장일지 모르지만 국민의 추모와 사랑이 담긴 장례라고 할 수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국장 반대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일본 국민은 ‘누구를 위한 국장이냐’고 묻고 있다.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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