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겨눈 윤 대통령 "태양광 카르텔 개탄"..야당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문재인 정부 역점 사업이던 태양광 관련 비리 실태를 “이권 카르텔 비리”로 규정하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사법처리 가능성도 직접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태양광 사업 비리를 정조준한 메시지를 내면서 서해 공무원 피살 및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검찰 수사에 이어 여권과 야권의 전선이 확산하게 됐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국민 혈세, 어려운 분들 위한 복지에 쓰여야 할 돈이 이권 카르텔의 비리에 사용됐다는 것이 참 개탄스럽다”며 “법에 위반되는 부분들은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리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태양광 등 전임 정부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위법·부당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는 최근 정부 발표와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산업부와 함께 지난 13일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곳을 표본으로 추려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2267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금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발전 활성화 등 전기산업 발전·기반 조성을 위해 진행한 것이다. 운영실태 점검은 문재인 정부이던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엄단 의지를 밝히면서 정부의 후속 조사 범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각 부처에서 인력을 파견받거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조사 대상을 확대하기로 방향을 잡고, 조사 범위를 검토 중이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확대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태양광 산업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기조와 맞물려 진행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장하면서 태양광 사업에도 문제를 제기해왔다. 대선후보이던 지난달 2월 경남 창원 유세에서 윤 대통령은 “태양광이나 풍력 가지고 값싼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가”라며 탈원전과 태양광을 한 데 묶어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의혹을 비판하며 사용한 ‘이권 카르텔 비리’라는 표현은 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겨눈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정치참여선언에서부터 문재인 정부를 ‘이권 카르텔 약탈 정권’으로 규정했다. 대선 과정에서도 전임 정부 비판에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전임 정부 역점 사업에 윤 대통령이 직접 ‘사법처리’를 언급한 것을 두고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최근 ‘민생 집중’ 기조로 정치 현안에 거리를 둔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 전면에 재등장한 셈이 됐다.
야권에 대한 사정은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데다, 국민의힘은 전날 기무사 ‘계엄문건’ 의혹 관련 전임 정부 송영무 전 국방장관 등을 고발했다. 문재인 정부의 박지원, 서훈 전 국정원장은 각각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어민 북송 사건으로 현 정부 국정원에 의해 앞서 고발됐고 감사원 감사도 진행중이다. 감사원과 국정원, 검찰 등 권력기관들이 일제히 ‘전 정부 관련 사건’을 들여다보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통해 법 위반 부분을 봐야 한다고 한 데 주목해야 한다. 기획 (사정) 등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게 아니겠느냐”며 “부정하게 이득을 본 건 토해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사는) 이미 작년에 시작됐다”며 “누구를 처벌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도 같은 것을 잘 바꿔도 되겠다 하는 차원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국 경색은 불가피해 보인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태양광 사업 비리에 대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또다시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불법으로 못 박아서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4개월이 넘도록 전 정부를 파헤치고도 부족했나”라며 “전 정부를 공격해서 무능과 실정을 감추려는 것인지 참담하다”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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